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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와 코카콜라 중 어떤 주식이 더 쌀까.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거품론’의 중심에 선 주식이고 코카콜라는 워런 버핏이 사랑할 만큼 ‘가치주의 상징’이다. 대부분 투자자는 당연히 코카콜라가 더 저렴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기술주에 투자하는 월가 펀드매니저들의 눈은 반대다.

◇피터 린치가 고안한 판단지표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코카콜라의 올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42.6배, 23.9배다. PER로 볼 때 엔비디아가 코카콜라보다 약 두 배 비싸다. 하지만 PER만으론 AI 기술주의 가치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 이익이 가파르게 증가하면 시간이 갈수록 PER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엔비디아 주가는 2023년 초에 비해 13배 넘게 올랐지만, PER은 약 90배에서 40배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월가에서는 엔비디아처럼 이익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기업은 PER, 주당순이익(EPS) 등 전통적 지표뿐만 아니라 주가수익성장비율(PEG)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PEG는 PER을 연평균 EPS 증가율로 나눈 값이다.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 피터 린치가 고안했다. 현재 PER이 높더라도 향후 이익 증가율이 더 높다면 여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
월가에선 첨단 기술주 주가가 기업가치 이상으로 폭등하자 이를 해석하기 위한 수단으로 PEG를 이용한다. 린치는 PEG가 0.5배 미만이면 적극 매수, 1.5배 초과면 매도할 것을 권했다.
엔비디아의 향후 5년간 연평균 EPS 증가율은 약 38%로, PEG는 1.1배다. 안정적이지만 높은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코카콜라의 PEG는 4.06배로 엔비디아보다 훨씬 높다. 유통업체 월마트 PEG도 4.68배에 달한다. PEG로 보면 엔비디아가 월마트보다 싼 것이다. 현재 AI 기술주 중 PEG가 낮은 주식은 엔비디아를 비롯해 브로드컴(1.3배), AMD(1.5배) 등이 있다. 반면 인텔은 11.9배로 PEG 기준 고평가된 주식으로 분류된다.
◇골드만 “EPS 증가율 더 높아질 것”
다만 전문가들은 PEG 지표를 활용할 때 다른 지표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지표의 핵심인 EPS 증가율 전망치가 계속 높을 것이란 가정을 하고 있어서다.그래서 펀드매니저들은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설비투자(CAPEX) 규모가 늘어야 엔비디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칩 제조사의 EPS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기업가치를 기업의 현금 창출력으로 나눈 비율인 EV/EBITDA도 펀드매니저들이 기술주에 자주 활용하는 지표다. 감가상각비가 커 PER이 왜곡되기 쉬운 반도체나 클라우드업체를 평가할 때 쓴다. 일반적으로 10~20배를 적정가치라고 보는데 기술주 중에선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15배, 아마존이 18배 등이다. 그 밖에 매출 대비 기업가치(EV/Sales), 매출 증가 대비 주가(PSG) 등도 기술주 밸류를 판단하는 지표로 꼽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국 증시가 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전통 밸류에이션 지표로 볼 때 분명한 고평가 상태임에도 큰 폭의 조정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미국 산업 지형이 변하면서 밸류에이션 체계도 달라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비싸 보이는 주가 이상으로 이익이 늘어난다면 ‘고평가 논란’도 해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1980년대에는 S&P500지수를 구성하는 기업들의 70%가 제조업이었지만 지금은 고정자산과 노동 의존도가 낮은 기술·지식재산권·혁신 서비스 기업이 절반 이상이다. 골드만삭스는 “AI가 성공적으로 도입돼 기업 매출과 이익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향상된다면 향후 10년간 S&P500 연평균 EPS 증가율이 9%로 기존 전망치인 6%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전체 PER은 현재 23배에서 10년 후 21배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만수 기자/뉴욕=빈난새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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