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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징후냐 뉴노멀이냐…지붕뚫린 환율, 1475원 터치

입력 2025-11-13 17:50   수정 2025-11-14 02:59

원·달러 환율이 4개월여간 지속적으로 올라 148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강달러와 엔화 약세 등 글로벌 금융시장 영향 때문으로 분석되지만, 약세 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선 위기 징후가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지만, 잠재성장률 둔화와 해외 투자 확산 등 구조적 변화 때문이라는 시각도 많다.

◇외환당국 시장 개입한 듯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날보다 2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467원7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3원30전 오른 1469원에서 출발한 뒤 오전 한때 1475원40전까지 상승했다. 지난 4월 9일(1487원60전) 후 최고 수준이다.

그러다 오전 10시30분께 방향을 틀어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이 무렵 미국에서 셧다운 종료를 위한 임시 예산안이 통과됐고,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1조원어치 가까이 순매수했다. 외환당국도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와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에도 환율이 오른 것은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 수요와 엔화 약세 흐름 때문으로 파악됐다. 전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언급한 뒤 외국인의 채권 매도세가 나타난 것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나왔다.

새 정부 출범 후 잠깐 안정세를 보이던 환율은 하반기 들어 무섭게 오르고 있다. 지난 6월 말 1350원대에 거래되던 원·달러 환율은 지속적으로 오르기 시작해 넉 달여 만에 110원 이상 올랐다. 원·유로 환율도 오후 3시30분 기준 전날보다 3원 가까이 오른 유로당 1700원11전을 기록했다. 2009년 12월 15일(1704원85전) 후 약 16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이런 약세는 다른 나라 통화와 비교해도 과도하다는 평가가 많다. 9월 말 이후 이날까지 원화 가치는 4.4% 절하됐다. 같은 기간 달러화지수는 97.8에서 99.5로 약 1.7% 상승했다. 달러 가치 상승 폭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의 원화 약세가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가 엔화 약세와 연동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9월 말 이후 이날까지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 절하폭은 4%로 원화에 버금간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확장재정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원화와 엔화의 이런 약세는 정치 불안이 나타나고 있는 튀르키예(-1.6%)와 반도체 경쟁국인 대만(-1.9%)에 비해서도 과도하다.
◇구조적 수급 변화…“위기 아니다”
고환율이 저성장·저금리로 변화하는 한국 경제의 구조를 반영한다는 해석도 많다. 저성장·저금리하에서 해외 투자가 급격히 늘어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외 투자가 늘면서 달러 수요는 견조해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는 지난달 68억1000만달러였다. 9월보다 2.5배가량 증가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투자가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원화 약세 기대가 자리 잡은 상황”이라며 “수출업체들도 고점에서 달러를 매도하기 위해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은 높아졌지만 위기 가능성은 오히려 줄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거주자의 해외 투자로 순대외자산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순대외자산이 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은 강해졌지만 외환 안전판이 확대되고 대외 건전성이 강화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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