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업계는 “이재명 정부가 완전한 탈원전은 아니라는 점이 입증됐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 많다. 원전 계속운전이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모든 발전원 가운데 가장 가성비가 좋은 발전원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균등화발전비용’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균등화발전비용은 발전설비의 전 생애 주기에 걸친 비용을 집계한 것으로, 계속운전의 경우 건설비용이 포함되지 않아 신재생 발전 설비나 신규 원전에 비해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 계속운전은 기술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됐고 선진국에선 널리 시행되고 있다”며 “당연히 결정돼야 할 일이 마무리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명이 10년 연장되는 기준을 가동 중단 시점에서 재가동 시점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리 원전은 2023년 4월 운영허가가 만료돼 10년이 연장돼도 2033년 4월에는 다시 멈춰 세워야 한다. 내년 2월에 재가동하면 사실상 수명이 7년2개월만 늘어나는 셈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노후 원전의 수명이 제때 연장돼야 반도체 기업 등이 마음 놓고 설비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결정”이라면서도 “수명 연장 기준을 합리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존 원전은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안전성이 보장되면 계속 쓰겠다”고 언급한 만큼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은 별다른 걸림돌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AI 대전환(AX)과 탄소 감축을 위한 그린전환(GX) 등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하려면 기존 원전뿐 아니라 신규 원전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올해 8.2TWh(테라와트시)에서 2038년 30TWh로 네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1GW짜리 원전 1기를 1년 내내 가동하면 대략 10T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지만, 정비 점검 기간 등을 감안하면 실제 발전량은 7~8TWh에 그친다. 2038년까지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충당하는 데만 대형 원전 3개가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탄소 감축도 마찬가지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의뢰를 받아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립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2018년 대비 48% 감축’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기존 원전 가동률을 90% 가까이로 끌어올리거나 현재 원전 가동률(평균 82%가량)하에서 신규 원전을 지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2035 NDC는 전문가 제시안보다 높은 53~61%로 정해졌다.
김리안/하지은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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