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오라클이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부채 조달에 나서면서, 월가에서 신용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CNBC는 13일(현지시간) “오라클이 막대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회계상 부채를 숨기는 구조를 늘리고 있다”며 “AI 투자 열기가 식고 있는 가운데 신용 리스크가 빠르게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오라클은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 급증 전망에 힘입어 주가가 하루 만에 36% 폭등하며 1992년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며 현재는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오픈AI와의 협력도 부담 요인으로 바뀌었다. 키뱅크 캐피털마켓의 잭슨 애더 애널리스트는 “AI 투자 열기가 식고 있다”며 “오라클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를 운영하는 주요 클라우드 기업 중 잉여현금흐름이 가장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라클은 AI 인프라 확충을 위해 380억 달러 규모의 부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오프밸런스 부채와 벤더 파이낸싱을 함께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오프밸런스 부채’는 회계상 재무제표에 직접 잡히지 않는 간접 부채로, 합작회사(JV)나 자회사를 통해 자금을 빌리는 방식이다. 겉으로는 부채비율이 낮아 보이지만, 실질적 상환 의무는 모기업인 오라클이 지게 된다.
‘벤더 파이낸싱’은 엔비디아나 AMD와 같은 GPU 공급업체로부터 부품을 신용거래 형태로 구매하는 구조다. 즉, 현금 유출은 줄이지만 미래에 상환해야 할 납품대금이 누적되는 ‘보이지 않는 빚’ 이다.
바클레이즈의 앤드루 케체스 애널리스트는 “오라클의 신용 등급이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며 “자금 조달 규모가 워낙 커 오프밸런스 부채와 벤더 파이낸싱 의존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같은 이유로 최근 오라클의 부채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또한 오라클의 5년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2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오라클의 부도 위험에 대비해 ‘보험료’를 더 많이 지불하고 있다는 의미다.
바클레이즈는 고객들에게 “신용 악화 가능성에 베팅할 수 있다”며 오라클 CDS 매수를 권고했다.
RBC 캐피털마켓의 리시 잘루리아 애널리스트는 “오라클이 추가 AI 계약을 확보할 경우 투자심리를 회복할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투자의견은 ‘보유’ 를 유지했다. 반면 D.A. 데이비드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오라클은 AI 인프라 과잉투자의 대표적 사례”라며 “오픈AI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GPU 임대 사업의 총이익률은 기존 소프트웨어 사업(약 80%)보다 훨씬 낮다”고 비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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