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종묘 인근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최고 142m 높이의 초고층 빌딩 건설을 포함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을 서울시 관보에 고시했다. 지난 6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낸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일부개정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문체부 장관 측) 패소 판결을 했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 재정비 사업은 낙후된 지역에 녹지축을 조성하고 도시 구조를 개편하는 사업”이라며 “지난 20여 년간 정체돼온 재정비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 등은 “세계유산인 종묘의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며 모든 수단을 강구해 우리 문화유산을 지킬 것”이라고 맞섰다. 세운상가 개발을 둘러싼 찬반 입장을 자세히 들어보자.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은 문화유산 보존과 도시 재창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사업이다. 서울시의 계획은 고층 개발을 통해 사업성을 확보하는 대신 확보된 자금과 면적을 활용해 종묘 주변에 대규모 녹지 공간을 조성하는 결합 개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종묘 주변의 녹지축을 대폭 확장해 과거 끊겼던 남산과 종묘~창경궁으로 이어지는 도심 생태 축을 복원하고 종묘의 역사적 가치를 오히려 돋보이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서울 율곡로 복원 사업을 통해 단절된 창경궁과 종묘를 녹지로 연결해놓은 상태다.
고층 건물 신축이 종묘의 경관을 훼손한다는 것도 과도한 지적이다. 서울시 시뮬레이션 결과 종묘 경내에 실질적인 그늘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대법원 판결 또한 문화재 주변 개발 규제 조항 삭제가 정당하다는 취지로 나온 만큼 개발의 법적 정당성에도 문제가 없다. 세운4구역은 종묘와 180m가량 떨어져 있어 법적 규제 대상인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100m) 밖에 있다. 오랜 기간 정체된 도심 개발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침체된 도심 경제를 활성화하고 시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종묘 맞은편에 145m 높이에 달하는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게 되면 수백 년간 유지해온 종묘의 고유한 역사 문화 경관이 영구적으로 훼손될 수밖에 없다. 고층 건축물은 종묘를 찾는 이에게 시각적 위압감을 줘 유산의 권위와 상징성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신성한 공간으로서 고유한 가치 또한 떨어뜨릴 게 분명하다.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은 고층 건물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과 조화를 이루는 보존에 있다.
더구나 유네스코는 종묘를 세계유산으로 올릴 당시 “인근 지역 고층 건물 건축을 불허할 것”을 명시적으로 권고했다. 고층 개발은 이러한 유네스코 권고 사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세운상가 재개발을 강행하면 심할 경우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까지 위협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 등 문화재 당국은 서울시가 유네스코 권고 절차인 유산영향평가(HIA)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절차상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세계유산법은 유산영향평가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용적률과 층고를 대폭 완화하는 것은 막대한 규모의 개발이익을 특정 민간 토지주들에게 집중시켜 과도한 불로소득을 안겨주는 특혜성 난개발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개발은 공공성과 역사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며, 단기적 경제 논리나 투기성 개발이익 사유화에 밀려서는 안 된다.
이번 재개발사업은 도심 개발과 문화유산 보전이라는 가치가 팽팽히 맞서는 사안인 만큼 정치적 공방을 최대한 자제하고 상호 원활한 토론을 거처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 내야 한다. 영국 런던 타워나 일본 도쿄역과 왕궁,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 등 세계유산 인근에도 고층 빌딩은 엄연히 들어서 있다. 무작정 막기만 할 게 아니라 양측의 입장을 적절히 반영한 합리적 결론 도출을 기대해본다.서정환 논설위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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