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6일, 가파른 경사의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곡예하듯 타고 해발 1000m에 조성된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단지를 찾았다. 경사 때문에 버스가 끝까지 올라갈 수 없어 중턱에 내려 SUV로 이동해야 했다. 파란 하늘, 가을 햇살, 색색으로 물든 나무들 속 능선을 따라 3~4기씩 어우러지게 조성된 풍력발전단지는 시야가 탁 트이는 경관이었다.
SUV는 먼저 1단계에 조성된 열두 번째 풍력발전기 앞에 멈춰 섰다. 카메라에 한 번에 담기 어려운 거대한 블레이드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규모가 상당했다. 블레이드가 돌아가는 소음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햇빛이 따스하고 바람이 적은 날이라 전력발전이 없어도 유압식 구조로 설계돼 이른바 ‘공회전’하고 있다고, 김수철 태백가덕산풍력발전㈜ 소장이 귀띔했다.
이어 풍력발전기 내부를 볼 수 있는 두 번째 장소로 이동했다. 2단계에 다섯 번째로 조성된 풍력발전기 안에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와 전력을 송전하는 동시에 차단하는 LS전력차단기가 있다.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딱 붙어 겨우 올라갈 수 있는 크기의 엘리베이터는 타워 꼭대기까지 연결된다. 기어나 블레이드 등 부품이 고장나면 교체할 수 있도록 설치된 엘리베이터다. 지면으로부터 117m 위에 선 타워 꼭대기까지 까마득한 점이 아득해 보였다. 이 단지에서 생산된 전기는 가덕산 뒤편 신태백변전소를 통해 신가평변전소로 흘러가 수도권 지역에 공급된다.
지자체가 적극 참여한 태백가덕산풍력발전
가덕산 풍력발전단지에서는 매년 약 16만MWh의 전기를 생산하며, 이는 4만3000가구가 쓸 수 있는 양이다. 태백시 인구가 4만 명이 안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태백 전체를 소화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연간 평균 7~8m/s의 바람이 부는 가덕산은 국내에서 육상풍력을 위한 최적지다.
평균 3m/s만 넘으면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도 블레이드가 부러져 가동하지 못하기에 6m/s 정도면 최적의 수준으로 꼽힌다. 여기에 가덕산 풍력발전단지는 1년 내 30% 수준으로 가동해 국내 풍력발전 중 수익성이 가장 높은 편이다. 보통 25% 넘으면 수익성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2020년 9월 1단계 사업으로 3.6MW급 12기(43.2MW)가 가동됐고, 2022년 12월 2단계로 4.2GW급 5기(21MW)가 완공돼 총사업 규모는 약 64MW 규모다. 풍력발전의 꽃으로 불리는 터빈(블레이드)의 경우 1단계는 덴마크의 베스타스로, 2단계는 국내 유니슨 모델로 만들었다. 2단계에 설치된 유니슨 모델의 발전용량이 더 크기에 기수는 작아도 전 단계와 규모가 비슷하며, 타워와 블레이드가 더 큰 편이다.

가덕산 풍력발전은 지자체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주민 수용성을 높인 사례다. 현재 발전단지를 관리하는 태백가덕산풍력발전에는 강원도와 동서발전, 코오롱글로벌이 SPC를 만들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1단계에는 자기자본 사업비 중 강원도가 34%, 태백이 10%, 한국동서발전이 34%, 이 외에 코오롱글로벌과 ㈜동성이 참여했다. 2단계에는 태백이 34%, 강원도가 10%로 바뀌었으며 나머지는 같다.
강원도와 태백시가 참여함으로써 발전사업의 안정성과 주민 수용성, 지속가능성을 담보했다. 가덕산 주변 1km 내에는 민가가 별로 없지만, 처음 1단계 사업을 할 때 인근 주민들은 산에 풍력발전단지가 생기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소음 발생이나 경관 훼손 등을 우려해서다. 그러다 사업에 강원도가 먼저 들어오고, 태백시가 합류하면서 주민들은 국가가 추진하는 사업에 믿음을 갖게 되었다. 1단계 성공으로 2단계는 조금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풍력발전단지가 생기면 자연이 훼손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다. 김수철 소장은 환경영향평가 이후 산지보존협회에서 법적으로 5년마다 사후 점검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사업을 접으면 원상복구해야 하는데, 그 비용은 이미 예치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 참여형 모델로 주민 수용성 ↑
지역 주민과 수익도 나눈다. 가덕산 풍력발전단지는 주민 참여형 모델의 최초 사례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눈을 돌려도 모범 수준의 모델이라고 김 소장은 설명했다. 사업 출자금 총액의 4% 선에서 지역 주민이 참여하게 해 수익을 공유하는 것이다.
발전소 반경 1~2km 내 거주하는 200~300명 태백 지역 주민들이 출자 조합원으로 20년 장기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1단계는 4000만 원까지 투자해 연간 10%, 2단계는 500만 원까지 투자해 연간 11%의 이자를 받고 있다. 주민 수용성과 관련해서는 루트에너지에서 전담해 관리하고 있다.
처음에는 20년 상한을 두어 고령층에서 거부하기도 했지만, 주소지 등을 충족하면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어 상속이 가능하다. 자격이 안 되는 경우 루트에너지에서 대신 채권을 팔아주기도 한다.
1단계에서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4000만 원까지 투자가 가능했다. 2단계에서 500만 원으로 상한이 줄어든 것은 부동산투자 부실을 우려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으로 개인당 500만 원 한도의 투자 규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전사업에 주민 참여형 모델을 추진하는 강원도의 적극적인 개정 요청을 받아들여 올 초 온투법이 개정되었고, 곧 3000만 원까지 투자 상한이 올라갈 예정이다.
재생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면 에너지 인증서(REC)를 발급받는데, 보통 발급하는 REC는 1이다. 그런데 사업에 주민 참여가 있으면 REC 가중치 0.2를 받아 1.2 REC가 된다. 정부에서도 주민 참여를 적극 권장하는 것이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사업 수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모델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사업 REC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 정부서도 주민 참여를 권장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공을 바탕으로 인근 주변에 3단계도 진행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9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한 상태지만, 아직 개발 행위 허가 전이다. 1·2단계의 성공을 바탕으로 3단계도 주민 수용성을 최우선으로 조심스럽게 추진할 예정이라는 전언이다.

“풍력발전 가동률 35%로 전국 최고,
주민과 발전 수익 공유하며 지속 소통해 나갈 것”
[인터뷰] 성기덕 태백가덕산풍력발전㈜ 대표
- 태백가덕산풍력발전의 수익성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하다.
“인터뷰 전날 보고받았는데, 전국 풍력회사 중 태백가덕산풍력발전의 수익성이 2위와 꽤 많은 차이로 1위다. 원체 바람의 질이 좋은 데다 가동률도 높다. 하루 24시간 중 바람이 돌아가는 평균을 이용률이라고 하는데, 태백가덕산풍력발전이 35%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는 곧 수익성과 연결된다. 풍력산업단지로서는 최고 단지가 아닐까 싶다.”
- 주민 참여형 모델로 자리 잡았다.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처음에는 풍력발전에 대한 정보 부족, 전경 변화에 대한 우려, 지역 환경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특히 장기간 운영되는 시설이다 보니 충분히 설명하고 신뢰를 쌓기까지 많은 대화를 거쳤다. 그 과정에서 주민분들이 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이점과 지역경제 기여도를 실제 사례로 증명했다. 발전소 건설에서부터 운영까지 환경영향평가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주민과 발전 수익을 공유하며, 사회공헌 활동 및 지역 상생 프로그램을 꾸준히 연계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신뢰를 쌓았다. 가장 큰 보람은 주민들이 사업을 ‘우리 마을 자산’, ‘함께 만드는 에너지’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관하는 2025 한국에너지 대상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소감은.
“이번 국무총리 표창은 태백가덕산풍력발전만의 성과가 아니라 현장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모든 임직원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특히 척박한 산악 지형과 기후 여건 속에서도 설비 안정화, 효율 향상, 사고 예방, 지역 상생까지 흔들림 없이 추진해온 노력이 높이 평가받았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태백가덕산풍력발전의 남은 과제는.
“태백가덕산풍력발전은 운영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첫째, 발전소 운영 시 블레이드·기어박스·베어링 같은 주요 부품의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상태 기반 유지보수와 예측 정비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둘째, 앞으로 더욱 체계적인 지역 상생 프로그램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1·2단계 사업개발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3단계 풍력발전사업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 기술적 안정성, 경제성, 환경성, 주민 수용성까지 모든 요소를 균형 있게 고려해 지역에 실질적으로 이익이 되는 발전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 풍력발전 운영과 관련해 정부의 정책적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태백시는 과거 대한민국 석탄산업의 중심지로서 국가 산업화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제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의 과감한 변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태백시를 신재생에너지 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은 매우 중요한 정책 과제라 할 수 있다. 특구 지정은 태백의 풍부한 풍황 자원과 기존 가덕산 풍력발전단지 성과를 기반으로 지역 산업 전환을 가속화하고, 에너지 기반 신산업생태계를 조성해 태백을 대한민국 동부권의 신재생에너지 메카로 성장시키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풍력발전단지 사업개발 시 사업성과 효율성도 함께 고려한 규제 개선과 인프라 확충 등 정책적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태백=구현화 한국ESG 기자 kuh@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