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4일 11:2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인 흥국생명이 서울 본사에 이어 지방 지점 건물까지 매물로 내놓으며 자산 유동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표면적 명분은 자산 효율화지만, 인수전에 투입할 실탄 확보 차원의 선제적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지방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를 겪고 있어 실제 매각 성사까지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달 말 전국 지점 사옥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부동산 거래 자문사들에 발송했다. 국내외 자문사 다수가 RFP를 수령했으며, 흥국생명은 현재 제안서를 제출한 후보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 대상은 전국에 위치한 12개 지점 사옥으로 인천 주안 사옥을 비롯해 청주, 대전, 천안, 군산, 광주, 전남(광주), 목포, 여수, 포항, 마산, 울산 사옥 등이다. 대부분 단독 소유 오피스 빌딩이며, 일부 구분소유 형태(인천 주안)도 섞여 있다.
흥국생명은 노후 자산 정리 및 자산 효율화를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섰다. 실제로 상당수 지점 건물이 구도심에 위치해 임대 수요가 줄었고, 일부는 최근 수년간 운영 손실이 누적된 것으로 전해졌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2023년 도입된 K-ICS(신지급여력비율) 체계에서 부동산은 위험가중치가 높은 자산으로 분류된다"며 "매각을 통해 현금화할 경우 비율 개선에 유리하고, 운용을 통해 투자수익 제고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동양생명이 우리금융 편입 직후 실행한 지방 자산 정리 전략과도 유사하다. 동양생명은 전국 9개 지점과 고양 연수원을 한꺼번에 매각하며 자산 효율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흥국생명은 지급여력비율(RBC)이 208.3%(2025년 6월 말 기준)로 업계 상위권에 속해 단순한 재무 안전성 확보 차원을 넘어선 전략적 판단이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이 최근 본입찰을 마친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인수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흥국생명은 본사 사옥을 그룹 계열 리츠에 매각해 약 7200억원을 확보한 데 이어, 이번 지방 자산 매각까지 마무리할 경우 총 1조원 이상에 이르는 유동 자금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당장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뿐만 아니라 향후 태광그룹 차원의 공격적 기업 인수합병(M&A)에 필요한 재원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려는 의중으로도 풀이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흥국생명이 한화생명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자기자본 투자 여력을 키우는 게 관건"이라며 "지방 자산 매각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시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방 부동산 시장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국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8.9% 수준이다. 서울은 5.3%로 낮았으나 충북 31.5%, 경북 24.9%, 강원 23.7%, 전남 20.2% 등 지방은 대부분 20%대를 웃돌았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지방 상권 전반의 수요가 위축된 데다 장기 공실이 누적된 자산이 많아 대규모 통매각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건물별로 개별 매각하는 방식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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