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한미 관세 협상에 따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관련 브리핑을 한 직후 '반도체 관세' 관련 의견을 묻자 이 같이 말했다. 경쟁국인 대만에 밀리지 않는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도 구체적 관세율을 봐야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 실장은 1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반도체 232조 관세는 한국보다 반도체 교역이 큰 국가와의 합의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주요 경쟁 대상인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에 합의했다"고 재확인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브리핑을 통해 "양국은 앞으로 조선과 원전 등 전통적 전략산업부터 인공지능·반도체 등 미래 첨단 산업에 이르기까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반도체 관세를 정하겠다는 방침은 APEC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에서 합의된 바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가 최종적으로 이를 명확하게 재확인한 것이다. 한국은 이미 지난 7월 관세협상에서 반도체 품목관세와 관련해 '최혜국 대우'을 약속받기도 했다.
물론 이후에도 정확한 관세율이 정해져야 불확실성을 털어낼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대체로 낙관적 전망이 이어졌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측면에서 한국의 입지가 개선될 가능성을 확보한 데다 중국과 반도체 경쟁에 나선 미국이 이 분야 최대 협력국인 한국과 대만에 '관세 폭탄'을 안겨 자충수를 둘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사실상 원론적인 얘기를 계속 반복하는 것이고 진전된 얘기는 없는 것 같다"면서도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메모리 분야에서 독보적 국가이기 때문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부품 원가가 올라 고스란히 자국 빅테크 기업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을 견제해야 하기 때문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더 많이 유치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국과 대만 기업의 반도체 기술력에 대해선 도움을 받아야 되는 상황인데 여기에 대만과의 반도체 공급망과 역학관계도 함께 고려하면서 정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관세를 과하게 부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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