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4일 15:2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엑시큐어하이트론의 최대주주가 다시 교체된다. 바이오 전환을 선언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새 인수자가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만성 적자를 내온 코스닥 상장사 두 곳이 새로운 주인으로 나선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엑시큐어하이트론은 최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납입 대상을 기존 그로우스앤밸류15·16호 투자조합에서 손오공과 더테크놀로지로 변경했다. 전체 증자 규모는 기존 100억원에서 80억원으로 낮췄다.
두 회사는 지난달 30일 장외에서 엑시큐어하이트론 전환사채(CB) 40억원어치를 각각 매입했다. 당초 그로우스앤밸류14호 투자조합이 인수하기로 했던 물량 중 일부에 대한 계약을 이어받는다. 유상증자와 CB 거래가 모두 손오공·더테크놀로지로 넘어가면서 사실상 기존 최대주주 후보를 대체하는 구조가 됐다.
이와 동시에 두 회사는 기존 최대주주였던 유수의 보유 지분 13.65% 가운데 6.55%를 함게 인수했다. 이달 말까지 골든로드와 리드유니온 등 주요 주주의 지분도 각 동일 비율로 매입한다. 전체 구주 거래 규모는 142억원이다.
새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두 회사 모두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바이오 분야로 사업을 넓힌 모습이다.
보안장비 업체 엑시큐어하이트론은 지난해부터 바이오 회사로 전환을 꾀하는 곳이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 엑시큐어를 통해 국내 바이오기업 지피씨알(GPCR)의 신약 파이프라인 임상을 진행하는 곳이다. 추가 임상을 위해 지속적인 자금 수혈이 필요한 상황에서 적자 기업으로 인수된 것이다.
장난감 업체 손오공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141억원, 영업손실 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HK모빌리티컴퍼니가 최대주주로 들어온 뒤 비상장사인 폭스바겐 딜러사 클라쎄오토를 인수하는 등 이종산업 M&A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투자 역시 자회사 손오공아이비의 부동산을 340억원에 매각해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더테크놀로지는 더 상황이 나쁘다. 실적 악화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 뒤 지난 9월 정리매매 절차에 들어갔으며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으로 가까스로 시간을 벌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매출은 5억5000만원에 그쳤고 4분기 매출은 2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재무여력이 부족한 두 회사가 엑시큐어하이트론을 비싼 가격에 사들였다는 점도 의문부호가 달린다.
두 회사는 기존 주주들의 주식을 매수할 때 주당 약 1200원에 사들였다. 거래일인 지난 10일 엑시큐어하이트론 종가 647원,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격 626원 등과 비교해도 100%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한 것이다.
CB 매입가도 높다는 평가다. 두 회사는 해당 CB를 966~967원에 매입했는데 전환가격은 901원이다. 현재 주가가 600원대에 머무르는 만큼 전환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두 회사의 과감한 매입 의지 뒤에 ‘연결고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더테크놀로지의 최대주주 피엔에스인더스트리는 최근 디비인베스트먼트가 최대 출자자로 올라섰다. 디비인베스트먼트는 엑시큐어하이트론의 기존 주요 주주인 리드유니온의 핵심 출자자이었다.
일각에선 카나리아바이오 사태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해당 사건은 2020년 이후 두올산업, OQP, 현대사료 등 국내 상장사가 난소암 치료제 물질 '오레고보맙' 지식재산권(IP) 인수 전후로 CB 발행 등을 통해 차익을 노린 주가 조작이 이뤄졌던 사건이다. 현재 카나리아바이오 기존 경영진은 주가 조작 혐의로 기소됐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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