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 급증에 따른 과잉 관광(오버 투어리즘)에 대응하기 위해 출국세와 비자 발급 수수료 인상 카드를 본격 검토하고 있다. 방일 시장 1위인 한국의 여행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제도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출국세로 불리는 '국제관광 여객세'를 현행 1000엔(약 9500원)에서 3000엔(약 2만8500원) 이상으로 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세금을 더 걷어 관광지 혼잡 해소, 인프라 유지·보수 등 오버 투어리즘 관련 대책에 사용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자민당은 최대 5배(5000엔)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외국인 여행객도 일본 내 사회 기반 시설을 이용하는 만큼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일본인에게도 적용되는 출국세 부담을 고려해 여권 발급 수수료 인하 방안도 병행 검토 중이다. 외국인 대상 비자 수수료 인상도 내년 4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 방문객을 대상으로 세수 확보에 나서는 만큼 이번 출국세 인상 방안은 단발성 검토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관광객 증가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9월 방일 외국인 수는 326만6800명으로 전년 대비 13.7% 늘었다. 1월부터 9월까지 총 3165만500명이 방문해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3000만명을 돌파했다. 주요 관광지에서 숙박세 도입과 입장료 인상 등을 단행했음에도 방문 수요가 꾸준히 늘고 이는 상황이다.
한편 한국은 지난해 출국납부금을 인하하고, 면제 대상을 확대하면서 관광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국납부금은 국내 공항·항만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내·외국인에게 부과되는 부담금으로 인하 조치 이후 전체 수입 감소 규모는 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법무부가 집계한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떠난 우리 국민은 2872만명이다. 외국인은 약 1668만명으로 한 사람당 3000원이 감면됐다고 단순 계산하면 감액 규모는 136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기존 2세 미만(선박은 6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면제 대상을 확대하면서 기금 수입 감소 폭은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집계한 최근 자료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확인된다. 출국납부금 인하 이후 관광기금 수입은 1년 새 약 1350억원 줄었다. 또한 출국납부금이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2030년 관광기금 적자는 1조원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출국납부금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출국납부금 제도 개선 간담회'에서도 출국납부금을 국제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계는 출국세를 올리고 관광세를 신설하는데, 우리만 내렸다. 낮출수록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국민이 아닌 관광산업을 위한 미래 투자금이자 외래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뒷받침할 최소한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광기금 수입이 줄어 관광산업 활성화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해외에서 출국세를 계속 올리는 추세와 물가 인상률을 감안하더라도 출국납부금을 현실화하는 게 타당하다"면서 "그동안 1만원으로 유지돼 왔던 것에 더해 물가 인상률과 해외사례를 본다면 1만원보다는 훨씬 더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오버 투어리즘 대응을 위해 방문객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면서 한국도 관광 인프라 재원 확보를 위한 제도 조정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출국세 상향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구체적인 금액 제시를 위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의원은 "출국납부금은 관광산업의 숨통을 틔우는 최소한의 호흡기"라며 "그 과정이 국민들께 부담이 되지 않도록 감면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 등 충분한 논의를 거치겠다"고 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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