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반’과 ‘비비고’로 대표되는 CJ의 히트 브랜드 뒤에는 한 사람의 기획자가 있었다. CJ제일제당 공채 1기로 입사해 ‘백설’ 팀장, ‘햇반’ 팀장, ‘비비고’ 브랜드 그룹장(상무)을 거친 이주은. <팔리는 기획, 살아남는 브랜드>는 30년간 식품산업 최전선에서 소비자 트렌드를 읽고, 시장의 빈틈을 채워온 그의 실전 노하우를 집대성한 책이다.저자는 ‘두부는 조리해서 먹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조리 없이 바로 먹는 두부’라는 생식용 카테고리를 만든 ‘행복한콩 모닝두부’처럼 익숙한 제품에 새로운 맥락을 입히는 힘을 강조한다. 또 일본의 냉소바 문화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해 히트한 ‘하코야 살얼음동동 냉메밀소바’, 대만 현지 조사를 통해 ‘공차’의 프루트 티 시장을 발굴한 사례 등은 기획자의 감각이 어떻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이 책은 단순히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법을 넘어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의 정서적 연결을 설계하는 과정을 다룬다. ‘햇반컵반’은 저자가 전북 전주를 찾아가 국밥집을 돌며 ‘진짜 전주식’ 맛과 의미를 탐색한 끝에 탄생했다. ‘청년다방’ 떡볶이나 ‘영주랜떡’ ‘완도 전복 미역국’ 등도 제품에 지역성과 이야기를 입혀 팬덤을 구축한 사례다.
저자는 “기획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이라고 말한다. 트렌드는 데이터로 포착할 수 있지만, 사람의 욕망과 정서는 현장에서만 읽힌다. 그렇기에 그는 끊임없이 묻고 관찰하고, 실험하라고 조언한다. 좋은 기획은 ‘새로운 것’보다 ‘필요한 것’을 발견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변화가 빠른 시장에서 ‘무엇을 만들지’보다 ‘왜 만드는가’를 먼저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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