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중풍’으로 불리는 망막동맥폐쇄는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사진)는 2007년 급격한 시력 저하 증상이 생긴 60대 환자에게 국내 처음으로 혈전용해요법을 도입했다. 한쪽 눈을 잃을 뻔한 환자는 실명 위기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 우 교수는 최근 망막 검사를 쉽게 할 수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반 무선 콘택트렌즈도 개발했다. 세계 첫 사례다. 그는 “실명 위기에 놓인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치료법을 도입해 일상생활을 하도록 돕는 게 큰 보람”이라며 “연구 아이디어의 시작은 언제나 환자”라고 했다.

우 교수는 실명 위험에 놓인 망막질환자가 시력을 잃지 않도록 돕는 안과의사다. 그가 참여한 신약 임상시험은 50여 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우 교수가 망막질환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것은 2007년 국내 처음으로 망막동맥폐쇄 치료법을 도입하면서다. 혈전 등으로 망막동맥이 막히면 시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주로 한쪽 눈에 발생하는 데 24시간 안에 응급조치를 받지 않으면 실명할 수 있다.
과거엔 망막 혈관이 막히면 안압을 낮추기 위해 안구 내 액체를 뽑아내거나 혈관확장제를 썼다. 하지만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에 그칠 뿐 시력을 회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우 교수는 2007년 유럽 등에서 폭넓게 활용하던 혈전용해요법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막힌 동맥을 혈전용해제로 뚫어 실명을 막는 치료법이다. 모든 환자에게 이 치료법이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병원을 늦게 찾아 혈전용해제를 넣어도 치료되지 않는 환자도 많다. 이런 한계에도 이를 도입한 것은 ‘단 한 명의 환자라도 시력을 잃지 않도록 돕자’는 이유에서다. 그는 “망막동맥폐쇄는 대개 한쪽 눈에 생긴다”며 “이미 한 차례 망막동맥폐쇄를 겪어 한쪽 시력을 잃은 환자에게 또다시 질환이 찾아왔을 때 무사히 치료한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두 눈을 잃고 살아갈 뻔한 환자에게 ‘새 빛’을 선물한 것이다.
급격한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국내 안과 환자 유형도 바뀌고 있다. 과거엔 라식·라섹 등 각막을 깎는 시력 교정술을 받기 위해 안과를 찾는 환자가 많았다. 최근엔 점차 망막질환자가 늘고 있다. 황반부가 망가져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는 황반변성, 당뇨병 합병증인 당뇨병성 망막병증 등이다. 실명 위험이 높은 이들 질환은 증상이 악화하지 않도록 조기에 발견해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우 교수가 OLED 기반 망막 검사용 무선 콘택트렌즈를 개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유승협 KAIST 교수, 한세광 포스텍 교수 등과 함께 렌즈만 착용하면 망막 기능 검사를 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해 동물실험에도 성공했다. 머리카락의 0.15배 두께인 12.5마이크로미터(㎛) 렌즈를 활용해 망막에 빛을 전달하고 반응까지 무선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람 대상 연구에서 성공하면 눈을 계속 뜨고 받는 기존 검사에 거부감이 있는 아이들이나 고령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적으론 근시 치료기기 등으로도 쓰일 것으로 예상했다.
황반변성 환자는 실명을 막기 위해 1~3개월마다 주사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바늘로 안구를 찌르다 보니 거부감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우 교수는 이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하이드로겔 성분을 활용해 눈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성공하면 환자들이 안구 주사를 맞는 간격을 크게 늘릴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등장한 뒤 망막질환 치료제 가격이 낮아지면서 환자 접근성은 높아졌다. 질환이 의심되는데도 두려움 때문에 주저하지 말고 안과를 찾아야 한다고 그가 강조하는 이유다. 우 교수는 “수시로 한쪽 눈을 가려보면서 중심부가 잘 안 보이거나 휘어져 보이면 꼭 안과를 찾아야 한다”며 “50세 이상이라면 한 번쯤은 눈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안과에 들러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했다.
■ 약력
△1999년 서울대 의대 졸업
△2004~2007년 공군항공우주의료원 군의관
△2008년~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2024년~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과장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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