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보다 감정! 요즘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현상이다. 정책환경도 그렇다. 감정이 논리를 넘어서는 정치적 부족주의의 시대에 들어섰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찬반은 데이터가 아니라 수용자의 정체성에 따라 갈린다. 복지정책은 ‘포퓰리즘’, 산업정책은 ‘특혜’, 환경정책은 ‘규제’로 낙인찍히며 정책은 더 이상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이념의 전장으로 내몰린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책 실패의 비용은 막대하다. 사회적 자본은 소모되고, 정책 집행은 지연되며,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진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의 삶과 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돌아온다.
이런 환경에선 정책의 내용이 아니라 정책이 사회와 만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메시지 관리가 아니다. 인간의 인지 구조와 감정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정책이 사회와 만나는 구조를 설계하는 시스템적 접근, 즉 비시장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정책을 전달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수용구조를 디자인하는 전략이다.
사람은 이성적 존재지만, 자신이 믿는 세계관과 충돌하는 정보 앞에서는 방어적으로 반응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동기화된 추론’이라고 부른다. 이런 방어벽을 정면으로 깨려 들면 반발만 커진다. 비시장 전략은 싸우지 않고 돌아간다. 반대자의 우려를 인정하고, 그들의 언어로 대화하며, 논쟁이 아니라 ‘가치의 재서사화’를 통해 설득의 구조를 만든다. 우선 공감의 언어로 문을 열어야 한다.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우리는 감정을 가진 사고 기계가 아니라, 사고하는 감정 기계’라고 했다. 인간은 논리로 설득되기보다 감정으로 먼저 움직인다. 정책 추진의 출발점은 반대자의 불안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를 인정하는 데 있다. 2016년 디젤게이트로 위기를 맞은 폭스바겐은 법적 논리로 방어하기보다 ‘실패를 인정하고, 지속 가능한 이동성으로 대전환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환경 파괴자’라는 비판자의 언어를 받아들이고 그 위에 ‘책임 있는 미래 산업’의 서사를 쌓은 것이다. 공감은 논리의 패배가 아니라 설득의 시작이다. 비판자의 언어를 품었을 때 분노는 신뢰로 바뀐다.
셋째, 메시지보다 메신저다. 다시 말해 ‘누가 말하느냐’가 중요하다. 정부나 권력자의 언어는 진영화된 사회에서 오히려 반발을 낳는다. 이 때문에 전략적 관점에서 메시지의 주체를 정부에서 시민·전문가·현장 이해관계자로 이동시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구글 갑질 방지법이 그 예다. 처음엔 정부의 개입 논란 속에 표류했지만, 스타트업 대표와 개발자들이 ‘공정한 생태계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직접 나서자 여론이 바뀌었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신뢰는 말의 반복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구조를 설계하는 일에서 만들어진다.
정책의 성공은 논리의 완결성보다 인지의 수용성에 달려 있다. 설계의 완벽함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그 정책을 ‘자기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공감으로 열고, 이야기로 설득하며, 신뢰로 연결하는 것. 이것이 감정의 시대를 넘어 정책 실패의 비용을 줄이는 유일한 해법이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