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아이폰 17 프로 12만원”, “갤럭시 Z플립 무료” 같은 파격 광고가 넘쳐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은 말 그대로 눈속임에 가깝습니다. 실제 이른바 휴대폰 성지들의 시세표에 적힌 가격은 신규 신용카드 발급, 인터넷 회선 결합, 고가 요금제 6개월 유지 등 복합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가능한 최저치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중 한 가지라도 빼면 약속한 가격에 살 수 없으며, 결국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는 실구매가는 광고만큼 낮지 않습니다.
서울의 휴대전화 대리점 곳곳에 최신 스마트폰을 0원에 준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지만, 이런 현란한 광고 뒤에는 반드시 숨은 조건이 따라붙습니다. 실제로 성지 시세표의 할부원금은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쇼윈도 가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겉보기엔 공짜나 다름없어 보여도 나중에 따로 내야 할 금액들이 숨어 있어, 이를 모르는 소비자는 자칫 ‘호갱’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초저가 마케팅'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전직 휴대폰 판매자 A씨를 인터뷰했습니다. A씨는 “손님을 끌어들이는 미끼 조건부터 2년 뒤 반납, 각종 부가서비스 강요까지 소비자가 놓치기 쉬운 함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폭로했습니다.
▷▷이른바 휴대폰 성지 시세표에 나오는 가격은 정말 가능한가요?가능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론 거의 불가능한 가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시세표에 적힌 할인가는 온갖 조건을 다 넣어서 계산한 이론상 최저가일 뿐이에요. 예를 들어 광고에 “체감가 0원”이라고 적혀 있다면 그건 고가 요금제 수개월 유지 + 온갖 부가서비스 가입 + 사후 페이백 약속 등을 모두 전제로 한 숫자입니다.
조건을 하나라도 어기면 곧바로 위약금이나 할인반환금이 발생해서 결국 지불해야 할 총액이 훨씬 커지죠. 그러니까 시세표 가격 자체는 가능하다기보다는 말 그대로 소비자 현혹용 숫자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요즘 공짜폰도 많던데 그렇게 싸게 팔아도 남는 게 있나요?
저는 한 대 팔면 평균 30~40만 원정도 남겼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고객이 사용하던 중고폰까지 싸게 매입하면 마진이 더 남죠. 판매점도 나름의 수익 구조가 있습니다. 우선 통신사에서 나오는 리베이트(판매 장려금)가 있어요. 성지로 불리는 곳들은 그 리베이트를 대부분 할인으로 고객께 돌려주고, 대신 월 판매 목표를 초과 달성해서 추가 인센티브를 받는 방식으로 마진을 챙깁니다.
쉽게 말해 박리다매로 많이 팔아서 성과급을 타는 전략인 거죠. 거기에다 부가적으로 신용카드 발급이나 인터넷 동시가입을 유도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인터넷 업체로부터 나오는 가입 수수료가 있기 때문에, 폰 자체는 싸게 넘겨도 이런 부수입으로 충분히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일부 악덕 업자는 고객 몰래 2년 뒤 기기반환 조건을 붙여서 한 대 팔면 몇십만 원씩 남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성지는 많이 팔아서 적게 남기는 방식을 취하긴 합니다.

▷휴대폰을 싸게 구매하기 위해 신용카드나 인터넷 결합이 꼭 필요한가요?
초저가 광고를 보고 간 가격에 휴대폰을 사려면 필수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 폰을 쓰는 데 신용카드나 집 인터넷 가입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죠. 하지만 자칭 성지라는 대리점들이 내거는 가격은 반드시 그 조건들이 따라붙어야 나오는 금액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 17 프로가 12만원이라면, 지정한 제휴카드를 새로 만들고 일정 금액을 사용해 받을 카드할인, 그리고 가정용 인터넷을 함께 신규 개통하는 조건까지 포함해서 계산된 가격입니다. 일단 그 가격으로 고객을 방문하게 만드는거죠.
만약 소비자가 “카드는 만들기 싫고 인터넷도 필요 없다”고 하면 그 가격은 절대 불가능합니다. 참고로 카드 할인이라는 것도 결국 고객이 자신의 카드 실적으로 받는 혜택일 뿐이에요. 판매점 입장에선 그만큼 비용을 떠넘길 수 있으니 조건에 넣는 것이고, 소비자는 매달 카드 사용 조건을 채워야 할인받는 구조죠. 즉 광고된 가격을 얻으려면 카드도 만들고, 인터넷도 가입해야 하는 셈입니다. 그리고 카드결합은 요금할인이지 휴대폰 할인이 아닙니다. 최근에 나온 카드들은 전월실적을 50만 원 써야 통신요금 3만원을 할인해주곤 합니다.
▷고객이 조건을 거부하면 어떻게 대응하나요?
손님이 조건 걸린 걸 모르고 왔다가 거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는 일단 침착하게 “그 가격은 해당 조건들을 다 해야 가능합니다”라고 설명을 드리죠. 그리고 조건을 빼면 가격이 얼마나 올라가는지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현실적인 금액을 다시 제시합니다. 계속 말을 걸고 정신 못차리게 하는거죠.
예를 들어 카드나 인터넷을 빼면 할부원금이 몇십만 원 올라간다고 안내하는 식입니다. 결국 손님도 광고 가격이 안 나온다는 걸 알게 되면 대부분 실망해서 돌아가려고 하는데 거기서 어떻게든 붙잡아야죠. 그러면 울며 겨자 먹기로 조건을 일부 받아들이곤 했습니다. 저희도 장사라서 어쩔 수 없지만 속으론 참 난처하죠. 간혹 조건 없이 그냥 달라고 우기는 손님도 있는데, 그럴 땐 솔직히 판매 자체가 어려워요. 결국 광고에 나온 그 가격으로는 못 드린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건을 빼달라고 하면 저희 마진은커녕 손해를 보니까요.

▷2년 뒤 반납 조건도 문제라고 하셨죠?
네, 이건 고객 분들이 특히 많이 놓치는 함정입니다. 요즘 통신사들이 운영하는 24개월 사용 후 기기 반납 프로그램이 있어요. 흔히 “2년 쓰고 새 폰으로 바꾸라”는 식으로 홍보하는데, 실제로는 48개월 할부를 걸어놓고 2년 뒤에 기계를 반납하면 남은 할부금을 면제해주는 유료 서비스입니다.
판매점에서는 “어차피 2년 지나면 폰 바꾸실 거잖아요? 반값에 쓰고 나중에 반납하면 된다”고만 안내하지, 매달 7000~8000원씩 추가로 내는 유료 부가서비스 가입이라는 점이나 할부 이자가 5~6% 붙는다는 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요. 소비자 입장에선 처음에 싸게 산 줄 알았다가, 2년 후 약정이 끝날 때쯤 요금이 확 뛰어서 그제야 깨닫는 겁니다.
심지어 폰을 반납할 때 잔기스나 액정 흠집만 있어도 “매입 불가” 판정을 받는 일이 많습니다. 그럴 경우 남은 할부금, 많게는 수십만 원을 고객이 고스란히 물어내야 해요. 실제로 한 대학생 손님은 2년 뒤 반납하러 왔다가 액정 흠집 때문에 50만 원을 물어내라는 통보를 받고 낭패를 보셨습니다. 그래서 전 이런 반납 조건도 웬만하면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처음엔 기기값 할인처럼 보이지만 결국 완전 내 폰이 아니고, 나중에 돌려줘야 하는 “반쪽짜리 내 것”이거든요.
▷판매자 입장에서 양심의 갈등은 없었나요?
솔직히 양심에 찔릴 때 많았습니다. 처음엔 업계 관행이려니 하고 별 생각 없이 시작했어요. 주변에도 다 그렇게 팔고, 손님들도 어떻게든 싸게 사려고 하니까요. 그런데 점점 죄책감이 쌓이더라고요. 특히 스마트폰에 밝지 않은 어르신들이나 사회 초년생들이 잘 모르고 와서 계약서도 제대로 못 읽고 당하는 걸 볼 때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저희도 실적 압박이 있고 생계가 걸린 일이지만, 나중에 손님이 피해를 봤다는 연락을 받을 때마다 “내가 제대로 설명해드렸어야 했는데” 하고 자책도 했습니다. 어떤 동료들은 아무렇지 않게 “호갱 하나 잘 걸렸다”면서 웃기도 했지만, 이런 방식으로 돈 버는 게 오래 못 가겠다고 느꼈습니다. 정말 잘 벌때는 한달에 1000만원 넘게 벌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몇 년 일하다가 양심상 계속하기 어렵겠다 싶어 관뒀죠.

▷소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공짜폰', '휴대폰 성지'라는 말은 절대 그대로 믿지 마십시오. 휴대폰 가격이 유난히 싸 보일 땐 반드시 그 이유를 따져봐야 합니다. 모든 할인에는 다 조건이 붙어 있으니까요. 계약서에 적힌 내용과 실제 부담할 총비용을 꼼꼼히 확인하세요. 궁금한 건 판매자에게 끝까지 물어보고, 설명을 듣고도 이해가 안 되면 계약하지 않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특히 부가서비스를 잔뜩 끼워 팔거나 36개월 이상 장기 약정, 현금 거래를 요구하는 곳은 피하는 게 좋아요. 결국 싸게 산다는 건 가격표 숫자만 낮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내게 맞는 조건에서 위험 없이 구매할 때 가능합니다. 그러니 조건을 충분히 이해하고 비교한 후에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믿을 만한 판매처인지도 확인하고요. 아무리 성지라 불리는 곳이라도 내가 몰라서 당하면 소용없으니까, “과하면 의심하라”는 말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마음 편하게 쿠팡이나 삼성전자 공식홈페이지 또는 애플스토어에서 단말기를 할부로 구매하시고 알뜰 요금제 등을 사용하시는 게 가장 안전하고 추천하는 구매 방법입니다.
#직업불만족(族) 편집자주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취업했지만 매일 퇴사를 고민하는 30대 청년, 안정적인 직장을 관두고 제2의 삶을 개척한 40대 가장, 쓰레기 더미 속에서도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70대 청소 노동자까지. '직업불만족(族)'은 직업의 겉모습보다 그 안에 담긴 목소리를 기록합니다. 당신의 평범한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깊은 위로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일하며 살아가는 세상 속 모든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하단 구독 버튼을 눌러주시면 직접 보고 들은 현직자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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