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로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인 가수 김호중이 소망교도소 교도관에게서 수천만 원대 뇌물을 요구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법무부가 진상 조사에 나섰다. 소망교도소는 기독교 재단이 설립·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민영교도소로, 이곳 교도관들은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이다. 수용자의 교화를 담당해야 할 교도관이 재소자에게 금전을 요구하면서 민영 교정시설의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A씨는 김씨에게 "내가 너를 소망교도소에 들어올 수 있도록 뽑아줬으니 대가로 3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A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앞으로의 수감 생활이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압박을 느끼고 다른 교도관과의 면담에서 이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소망교도소 관계자는 "해당 사안을 인지한 직후 법무부에 보고했다"며 "교도관 A씨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고 전했다.

소망교도소는 2010년 12월 경기도 여주에 문을 연 국내 유일의 민영교도소다. 서울의 한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설립된 재단법인 아가페가 법무부로부터 교정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한다. 민영이지만 운영 예산의 약 90%를 국가에서 지원받는다.
소망교도소는 처우가 일반 교정시설보다 양호해 죄수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각 방에서 배식을 받아 식사하는 국영교도소와 달리 구내식당에서 공동 식사를 하고, 1인당 수용면적도 3.98㎡로 국영교도소(2.58㎡)보다 넓다. 죄수를 수용번호가 아닌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특징이다. 정원 400명에 결원이 생기면 타 교정시설 수감자를 대상으로 서류·면접을 거쳐 입소자를 선발한다.
법무부는 A씨가 실제 김씨의 선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았으며, 금전이 오간 적도 없다고 판단했다. 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는 "민영교도소 교도관은 현행법상 수사·재판 단계에선 공무원으로 여겨진다"며 "선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더라도 금품을 요구한 것만으로도 뇌물수수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민영교도소 직원이 수형자 계호, 징벌, 교화 등 교정공무원과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채용 기준은 비교적 느슨하다는 점이다. 소망교도소 직원은 소망교도소장이 직접 선발하며, 법무부는 관여하지 않는다. 소망교도소의 2025년 직원 채용 공고에 따르면 채용 과정은 서류(자기소개서·직무계획서), 필기(직무성격검사), 면접으로 이뤄져 있다. 직무 관련 전문성을 평가하는 정량시험은 없다. 면접에선 '소망교도소 설립이념의 부합성'에 30%를 책정하는 등 기독교적 소양을 중요하게 본다. 과거에는 응시원서에 종교를 기재하도록 해 '기독교 특혜 논란'이 불거진 적도 있다.
반면 9급 교정직 공무원은 인사혁신처 공개채용을 거쳐 선발된다. 교정학개론·형사소송법개론 등 5과목 필기시험과 체력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임용 후에도 6주간의 교정교육 훈련을 받아야 한다. 소망교도소 관계자는 "2025년에는 계약직 형태로 교도관을 선발했다"며 "정규직 선발 시에는 필기시험에 형사소송법 등 직무 관련 문항이 있고 체력시험도 본다"고 해명했다.
민영 교정시설 직원에게는 정기적인 부패방지 교육 의무도 없다. 교정직 공무원은 국민권익위원회 기준에 따라 청탁금지법·이해충돌방지법 등 교육을 매년 1회 이상 이수해야 한다. 반면 소망교도소는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같은 법적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민영 교정시설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영교도소는 직원 선발과 교육이 민간 자율에 의존하는 만큼 부패나 비위에 취약할 수 있다"며 "법무부 차원의 감독을 강화하고 교정공무원과 비슷한 수준의 교육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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