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F 외환위기 때도 국민 탓하더니"
밤잠을 설친 '서학개미'가 도마 위에 올랐다. 테슬라 등 해외주식을 사기 위해 달러를 대거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이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렸다는 시각이 정부 안팎에서 퍼지고 있어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4일 “최근 거주자들의 해외투자 확대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470원을 웃돌았다”고 지적했다.
서학개미들은 IMF 외환위기를 거론하고 있다. 1999년 국회 ‘IMF 환란조사 특위’는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원인 중 하나로 “해외여행 및 해외 유학 급증, 사치성 소비재 수입 증가, 과소비 조장” 등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현재의 원화 약세 모두 거시경제 정책 대응의 허점이 낳은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만큼 서학개미만 바라보고 외환정책을 짜면 정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들어 이달 14일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는 해외 주식을 274억9629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지난해 전체 해외 주식 순매수(101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정부는 이 같은 개인 해외투자가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구 부총리의 시장점검회의 발언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드러났다.
구 부총리는 “거주자 해외투자 확대 등으로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해외투자로 외환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경우 원화 약세 기대가 굳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투자 확대→원화 약세→환차익 기대→추가 해외투자’라는 악순환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하지만 서학개미가 원화 방어 역할을 해왔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개인·기관이 보유한 해외 주식·펀드 등 지분증권 잔액은 1조1250억달러로 전년 말보다 1307억달러 늘었다. 해외자산 축적이 ‘외환 안전판’으로 기능해 왔다는 평가다. 과거엔 환율이 뛰면 환차익을 노리고, 보유 해외주식을 매도해 원화로 환전하려는 흐름이 나타났다. 그만큼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역할도 해왔다.
하지만 요즘 서학개미들은 달라졌다. 환율이 올라도 원화로 환전하려는 수요가 크지 않다. 오히려 비싼 달러를 사들여 해외투자를 지속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취약해진 한국의 펀더멘털이 자리 잡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하락하며 국내 투자수익률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KDI는 4일 '해외투자 증가의 거시경제적 배경과 함의' 보고서에서 “2000년대 이후 총요소생산성(TFP) 둔화가 국내 수익률 저하로 이어졌고고, 이것이 해외투자 급증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와 이에 따른 원화약세는 생산성과 잠재성장률 하락, 그리고 구조개혁 지연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이재명 정부도 구조개혁과 펀더멘털 개선 의지가 뚜렷하지 않다. 기재부의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의무지출은 올해 364조8000억원에서 2029년 465조7000억원으로 100조90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서학개미 탓만 반복할 경우 투자자 불만만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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