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TSMC, 인텔이 2나노 로드맵을 내놓은 가운데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도 EUV 펠리클 양산을 눈앞에 둬 고부가가치 소재의 국산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상장사 에스앤에스텍은 지난달 경기 용인에 EUV 펠리클 양산용 EUV 전용 센터를 열었다. 2021년 첫 삽을 뜬 지 4년 만이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에프에스티는 지난 9월 EUV 펠리클 양산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2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내년 가동할 예정인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내 2나노 공정을 도입하려는 포석이다.
펠리클은 반도체 회로도 역할을 하는 투명한 석영기판(포토마스크) 위에 덮어 씌우는 초박막 필름이다. 장당 수억원에 달하는 EUV 포토마스크를 먼지와 오염으로부터 보호해 수율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방패’로 통한다. 7나노 이상 레거시 공정에서 심자외선(DUV) 공정에 활용되는 DUV 펠리클은 일본 미쓰이화학, 아사히글라스를 비롯해 에프에스티 등이 공급 중이다.
초미세 공정에 쓰이는 EUV 펠리클은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아 미쓰이화학이 사실상 독점해왔다. 미쓰이 아성에 삼성전자와 오랜 기간 EUV 펠리클을 공동 개발한 에프에스티와 에스앤에스텍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와 SK증권 등의 분석을 종합하면 2022년 400억원 수준이던 글로벌 EUV 펠리클 시장은 올해 7200억원으로 커졌다. 2030년엔 이 시장이 2조4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 장비의 가격은 대당 5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에 활용되는 포토마스크의 가격도 장당 5억~20억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게다가 강한 광원과 고열이 필요한 만큼 수율 확보도 쉽지 않다. 기존의 3나노 이상 공정에선 펠리클이 선택 사항이었다면 2나노 이하 공정에선 장당 수천만원의 비용을 내고서라도 펠리클을 사용하는 게 이익일 수 있다는 얘기다.
소재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미쓰이가 장악해온 1세대 메탈·실리사이드계 펠리클로는 400와트급 광원 이상에서 내구성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탄소나노튜브(CNT) 기반 2세대 펠리클이다. CNT는 거미줄처럼 얇은 그물망 구조로 빛(EUV)은 최대한 통과시키면서 이물질은 걸러내 열과 충격에 강하다.
국내 두 업체가 삼성전자와 수년간 공동 개발해온 것도 CNT EUV 펠리클이다. 미쓰이 역시 벨기에 반도체 연구기관 아이멕과 손잡고 CNT 펠리클을 개발 중이다.
향후 2~3년이 국산 EUV 펠리클의 ‘골든타임’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EUV 펠리클은 열과 충격에 버티는 내구성, 빛을 최대한 통과시키는 투과율을 동시에 잡아야 해 개발 난도가 극단적으로 높다”며 “2나노 전환기 초기에 국산 펠리클의 신뢰성과 수율을 입증해 공신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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