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는 4억원 규모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대흥동 영스트리트 빛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축제 관람객이 늘어나면 원도심이 활성화되고, 결과적으로 인구 유입 기반이 조성될 것이라는 논리다. 중구의 투자계획을 보면 2억7845만원을 조명을 구입하는 데 쓰고, 1억2155만원을 인건비 및 자재비에 쓴다. 그러면서 성과지표를 인구 유입 규모가 아니라 ‘방문객 만족도’로 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단계별 인과관계가 느슨하고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 감소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마련됐다.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조원 규모를 쓰겠다는 계획이다. 광역자치단체에 25%, 기초자치단체에 75%가 배분된다. 기금은 17개 광역단체가 설립한 기금관리조합이 관리하며, 실무 운영은 한국지방재정공제회에 위탁돼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재원 배분에 대한 심의를 하지만 최종 결정 권한은 17개 광역단체가 설립한 조합 의결기구에 있다. 사실상 기금을 배분받는 주체가 사업을 선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재원 배분 기준이 종합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지방자치단체들이 기금을 나눠 쓰는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사업이 당초 목적인 인구 유입 기반 마련에서 벗어나는 사례가 많다. 한 의원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전 중구가 추진하는 빛거리 사업을 비롯한 관광·축제형 사업은 인구 유입과의 상관계수가 -0.01로 인구 변수와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중구와 전남 구례군 등이 기금을 활용해 운영 중인 공유빨래방 사업은 인구 유입보다 기존 주민 중에서도 고령층의 생활 편의에 초점이 맞춰진 사례로 꼽힌다.
중복 투자도 문제다. 2109개 사업 가운데 ‘청년활력센터’ ‘로컬플랫폼센터’ 등 유사 명칭을 단 사업이 120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소멸 대응 의지가 있다면 기금을 늘려 소멸 위험이 가장 큰 지역에 집중 투입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2개년 이상 계속사업 1000여 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사업에서 일정 지연이나 예산 증액이 발생했다. 강원 태백시의 헬시플레저센터 사업은 착공이 2년이나 늦어지고 예산도 원래보다 50억원 늘었음에도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평가 체계가 실질적 성과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의원은 “10조원 규모 지방소멸기금의 사업 선정부터 평가까지 지방재정공제회가 모두 맡고 있다”며 “성과 없는 상황에서도 S등급 평가를 남발할 정도로 전문성이 없는 공제회에만 맡길 일이 아니라 공동평가·모니터링 체계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형창/최해련/강현우/이시은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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