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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구 확충 위한 돈으로 빨래방 짓고 '이벤트 길' 만들어

입력 2025-11-16 18:05   수정 2025-11-24 15:20

부산 영도구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영도 문화로빛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영도구는 이 사업에 총 120억원을 투입하는데, 이 가운데 106억원을 중앙정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에서 지원받았다. 영도구가 2022년 투자계획서를 제출할 때만 해도 청년 및 문화예술 관련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사업 취지가 봉래2동 행정복지센터와 커뮤니티 공간을 짓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청년 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공간을 설치하겠다고 했다가 기금을 확보하고 난 뒤 사실상 기존 주민을 위한 시설 건립으로 변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 중구는 4억원 규모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대흥동 영스트리트 빛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축제 관람객이 늘어나면 원도심이 활성화되고, 결과적으로 인구 유입 기반이 조성될 것이라는 논리다. 중구의 투자계획을 보면 2억7845만원을 조명을 구입하는 데 쓰고, 1억2155만원을 인건비 및 자재비에 쓴다. 그러면서 성과지표를 인구 유입 규모가 아니라 ‘방문객 만족도’로 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단계별 인과관계가 느슨하고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 “지자체 나눠 먹기로 변질” 지적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2년부터 올해까지 지방소멸대응기금이 투입된 2109개 사업을 전수조사한 결과 인구 유입과 직결된 정주·일자리형 사업 비중은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약 48%에 그쳤다. 나머지는 지역 축제나 센터 건립 등 비정주형 사업이 대부분이었다. 기금의 본래 취지인 인구 기반 확충보다 단기 홍보성 성격을 띤 사업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 감소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마련됐다.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조원 규모를 쓰겠다는 계획이다. 광역자치단체에 25%, 기초자치단체에 75%가 배분된다. 기금은 17개 광역단체가 설립한 기금관리조합이 관리하며, 실무 운영은 한국지방재정공제회에 위탁돼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재원 배분에 대한 심의를 하지만 최종 결정 권한은 17개 광역단체가 설립한 조합 의결기구에 있다. 사실상 기금을 배분받는 주체가 사업을 선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재원 배분 기준이 종합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기금을 나눠 쓰는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사업이 당초 목적인 인구 유입 기반 마련에서 벗어나는 사례가 많다. 한 의원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전 중구가 추진하는 빛거리 사업을 비롯한 관광·축제형 사업은 인구 유입과의 상관계수가 -0.01로 인구 변수와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중구와 전남 구례군 등이 기금을 활용해 운영 중인 공유빨래방 사업은 인구 유입보다 기존 주민 중에서도 고령층의 생활 편의에 초점이 맞춰진 사례로 꼽힌다.

중복 투자도 문제다. 2109개 사업 가운데 ‘청년활력센터’ ‘로컬플랫폼센터’ 등 유사 명칭을 단 사업이 120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소멸 대응 의지가 있다면 기금을 늘려 소멸 위험이 가장 큰 지역에 집중 투입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지방재정공제회 관리 부실도 문제
지방재정공제회의 사업 관리 부실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방재정공제회는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의 선정부터 사후 평가까지 총괄하지만 인구위기 대응 사업을 평가할 전문성과 역량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문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업계획서 완성도나 집행률 중심의 평가 방식 때문에 핵심 지표인 인구 유입 효과에 대한 심층 검토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2개년 이상 계속사업 1000여 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사업에서 일정 지연이나 예산 증액이 발생했다. 강원 태백시의 헬시플레저센터 사업은 착공이 2년이나 늦어지고 예산도 원래보다 50억원 늘었음에도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평가 체계가 실질적 성과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의원은 “10조원 규모 지방소멸기금의 사업 선정부터 평가까지 지방재정공제회가 모두 맡고 있다”며 “성과 없는 상황에서도 S등급 평가를 남발할 정도로 전문성이 없는 공제회에만 맡길 일이 아니라 공동평가·모니터링 체계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형창/최해련/강현우/이시은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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