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중국의 수많은 가정에서 TV 대신 스마트폰 화면이 켜진다. 화면 속 호스트는 화려한 스튜디오가 아닌 작은 방에서 친근하게 말을 건다. “오늘은 특별가입니다, 곧 매진!”라는 멘트에 실시간 댓글이 쏟아지고, 결제 버튼을 누른 소비자는 다음 날 아침 현관 앞에서 상품을 받아든다. 중국에서 라이브커머스는 이제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이며, 동시에 경제를 움직이는 새로운 ‘엔진’이다.최근 저장성 하이닝(海?)에서 열린 ‘도우인(중국판 틱톡) 크리에이터 대회’는 이런 모습을 잘 보여줬다.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511만명의 신규 창작자와 536만개의 신규 상점이 도우인 전자상거래에 합류했다. 하루 평균 125만건의 라이브 방송이 열리고, 이를 3억명 이상이 시청한다. 소비자가 ‘보면서 바로 사는’ 구매 방식은 이제 중국 전역에 자리잡아 전자상거래의 주류로 성장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라이브커머스가 개인 창작자의 부업을 넘어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우인에 따르면 푸젠성 진장(晋江)의 신발·의류 클러스터, 광둥성 둥관(?莞)의 전자·가전 클러스터 등 전국 5개 산업 클러스터는 연간 거래액 100억위안을 돌파했다. 또 57개 산업 벨트가 1억위안 이상 매출을 기록하며, 전통 제조업 밀집지가 디지털 소비 중심지로 전환되고 있다.
개인과 지역의 성장 스토리도 풍성하다. 대기업을 떠나 고향 윈난(云南)으로 돌아간 청년 창업자 샤오아유엔은 ‘화훼 2세대 창업가(花二代·화얼따이)’로 불리며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고급 생화를 전국에 판매해 성공을 거뒀다. 국가급 비물질문화유산 전승자인 저우젠밍은 50년 넘게 이어온 올리브핵 조각 기술을 카메라 앞에서 직접 시연하며 젊은 세대와 소통했다. 농촌 크리에이터 마스노는 밭에서 중국어와 영어를 오가며 미니 단호박을 소개했고, 단일 방송에서 약 500t 판매라는 성과를 기록했다. 무명 브랜드와 개인 창작자가 단숨에 ‘스타’로 부상하는 곳, 그것이 바로 중국의 라이브커머스 시장이다.
학계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사회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상거래에서 발생한 신규 성장분의 80%가 라이브커머스에서 나왔다. 전자상거래 성장의 대부분이 실시간 판매 방식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의미다.
화려한 성공 뒤에 그늘도 있다. 과장 광고와 허위 마케팅 문제로 플랫폼 차원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도우인은 지난해에만 1300만건 이상의 위반 콘텐츠를 처리하고, 47만명의 판매 권한을 회수했다. 이를 계기로 발표된 ‘도우인 전자상거래 커뮤니티 운영 규범’은 “법규 준수, 진실 신뢰, 성실 이행”을 원칙으로 내세우며 라이브커머스를 일회성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발전시키려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 흐름은 우리 한국 기업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중국 소비자는 전통적 광고보다 실시간 소통과 체험을 더 신뢰한다. 무명 브랜드라도 진정성과 스토리를 담아 방송하면 단기간에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K-뷰티, K-푸드, 생활소비재 등 한국 제품은 이미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 판매가 아니라, 콘텐츠와 관계를 통해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는 것이다.
오늘날 중국의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규모로 성장했다. 매일 수백만건의 방송이 진행되고, 수억명이 동시에 참여하는 초대형 무대가 펼쳐진다.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승부를 가르는 요소는 화려한 연출이 아니다. 진정성과 품질, 그리고 신뢰만이 브랜드를 오래 살아남게 한다. 우리 기업이 이 시장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단순 수출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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