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효성이 배터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차세대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실리콘 음극재’ 분야에 진출한다. 지난해 효성그룹에서 분할해 나온 뒤 미래 성장 동력을 모색해온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의 ‘원천기술과 지적자산에 기반한 가치 경영’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HS효성은 글로벌 소재기업 유미코아의 음극재 사업을 인수해 합작법인 EMM을 설립했다고 17일 밝혔다. HS효성의 계열사인 HS효성첨단소재가 1억2000만유로(약 2000억원)를 출자해 EMM 지분 80%를 획득하고, 유미코아는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현물 출자해 20% 지분을 확보했다. 이번 거래는 관련 당국의 승인을 거쳐 올해 중 마무리된다.
벨기에에 본사를 둔 유미코아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첨단소재 전문기업이다. 배터리·촉매·반도체·항공우주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및 생산 역량을 갖췄다.
유미코아가 기술을 보유한 실리콘 음극재는 배터리 제조에 들어가는 소재로, 기존 흑연 음극재 대비 에너지밀도가 10배 이상 높다. 전기차 충전 시간을 단축하고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양극재와 전해질, 동박 등 다른 배터리 소재들이 기술적 한계에 도달하면서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제조사들은 음극재를 배터리 혁신의 ‘마지막 돌파구’로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큐와이리서치는 실리콘 음극재 시장 규모가 2024년 5억달러에서 2031년 약 47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룹은 이번 투자가 조 부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선 첫 대형 인수합병(M&A) 프로젝트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조 부회장은 평소 “기술과 지적 자산 확보를 통해 고부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차세대 AI로 불리는 엔터프라이즈 AI와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HS효성은 기존 주력 사업인 타이어코드와 아라미드, 탄소섬유 등 고강도 섬유소재 사업 부문에서 축적한 제조 노하우를 배터리 음극재 생산에도 접목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배터리 음극재 생산에는 정밀화학과 고순도 처리 기술 등이 필요해 기술적 연속성이 크다는 게 조 부회장의 판단이다.
HS효성은 이번에 인수한 EMM에 향후 5년간 1조5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대규모 생산라인을 확보할 계획이다. 60년 전 효성그룹의 산업 기반을 마련한 울산공장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된다. 울산공장은 현재 아라미드, 자동차소재 사업을 제외한 대부분 사업을 해외로 이전한 상태다. 투자가 실현될 경우 고부가 소재사업 중심의 국내 리쇼어링(해외 사업 국내 복귀) 효과도 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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