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올해 임금인상률이 1992년 이후 34년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2년 연속 1만엔 이상 임금이 늘면서 '잃어버린 30년'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물가는 이보다 더 큰폭으로 오르면서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했다.
17일 한국은행 동경사무소가 작성한 '2025년 일본의 임금인상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1인당 평균 임금 인상액은 1만3601엔(일본 후생노동성 집계)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만1961엔에서 인상폭이 더 커졌다. 올해 임금인상률은 4.4%로 역시 지난해 4.1%을 상회했다.
1인당 평균임금 증가액은 1991년 이후 34년만에 최대, 인상률은 1992년 이후 33년만에 최고였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얘기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일수록 인상률과 인상폭이 컸다. 종업원 수 50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올해 임금이 평균 1만6784엔(5.1%) 상승했다. 1000~4999인 기업은 1만5859엔(5.0%), 300~999인 기업은 1만2308엔(4.0%) 임금이 올랐다. 100~299인 기업은 1만264엔(3.6%) 오르는 데 그쳤다. 산업별로 보면 건설업(2만724엔)의 임금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전기가스업(1만7567엔)과 금융보험업(1만7567엔), 제조업(1만5952엔)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의료복지(5589엔)는 증가폭이 건설업의 4분의 1 정도에 그쳤다.
일본 기업이 임금 인상을 결정한 이유로는 '기업실적(41.7%)'이 첫손에 꼽혔다. 실적 개선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당연한 논리가 재확인됐다. 노동력확보(17.0%), 고용유지(11.9%) 등도 뒤를 이었다. 노사관계안정을 위해 임금을 올렸다는 응답은 0.6%에 그쳤다.
일본 근로자의 임금이 크게 높아졌지만 가계부는 더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식료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임금 인상률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임금인상률에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임금 상승률은 올해 9월 기준 약 -1.5%로 나타났다. 올들어 계속 마이너스다. 한은 동경사무소는 "일본은 실질임금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어 민간소비 증가가 제약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내년 임금인상폭은 올해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수출감소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이 실적을 바탕으로 임금을 조정한다고 응답한만큼 트럼프 관세가 기업 실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임금인상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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