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했던 미래에셋증권이 반등 기회를 엿보고 있다.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WM) 부문에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올렸지만,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로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증권가는 4분기 미래에셋증권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증시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인가와 해외 주식 주간 거래 재개 등의 호재가 겹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디지털 자산 거래가 가능한 글로벌 월렛 출범이 미래에셋증권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브로커리지 수익 ‘역대 최대’…자산관리도 호조
미래에셋증권은 올 3분기 연결기준 세전이익 4472억 원, 당기순이익 343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19% 증가한 수치다. 3분기 누적 기준 세전이익은 1조3135억 원, 당기순이익은 1조79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8%로, 2분기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문은 브로커리지다.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263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나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 상품 판매 수수료 수익도 전 분기 대비 21% 늘어난 918억 원을 기록했다. 금융 상품 고객 잔고는 206조4000억 원(+5%)으로 집계됐다. 위탁자산(270조4000억 원)을 포함한 총 고객 자산은 약 5% 늘어난 476조8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장기 주력 상품인 연금자산은 52조2000억 원(+10%)으로, 처음으로 50조 원을 돌파했다. 3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34조9000억 원, 개인연금은 17조2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두 부문 모두 증가액 기준으로 금융권 42개 사업자 중 1위를 기록했다. 3분기 동안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은 13조8000억 원 늘었으며, 이 중 2조8000억 원(20%)이 미래에셋증권으로 유입됐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시장의 평균 점유율이 약 2.4%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일 사업자로서 20%를 차지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며 “WM 기반 수익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대한 투자 자산…실접 집계 혼선
이처럼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투자 자산으로 인해 회계 처리가 복잡하다는 점은 주가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영업이익은 2228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55.5%, 전년 동기 대비 39.9% 감소했다. 미국 하와이 호텔 자산 등 일부 해외 부동산에서 1598억 원의 평가 손실이 반영된 결과다.
판교 테크원타워 매각을 통해 1593억 원의 처분이익을 거뒀지만, 해당 수익이 영업외손익으로 분류돼 영업이익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이를 ‘어닝쇼크’로 해석하며, 실적 발표일이었던 11월 6일 주가는 장중 9.9%까지 하락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전체 투자 자산 포트폴리오 순손익은 약 930억 원 수준”이라며 “해외 부동산 중 손실 인식이 필요한 자산은 이번 분기에 대부분 정리돼, 추가 손실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그동안 연결·별도기준 회계 차이, 해외 법인 손익 반영 시기의 차이, 공정가치 변동 등으로 실적 집계에 대해 시장에서 혼선을 빚어 왔다. 이 때문에 외국인 및 기관투자가의 중장기 투자 판단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 자산이 방대한 데다 자산군별 회계처리가 복잡해 실적 해석이 어렵다는 점이 주가 할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미래에셋증권의 실적 구조에 대한 시장 신뢰 회복이 주가 반등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 수준이고, 2026년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6%로 양호하다. 증권사들은 미래에셋증권의 목표주가를 2만3000~3만3000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주가 대비 최고 40%의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디지털·글로벌 확장 기대…주가 리레이팅 주목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브로커리지, 자산관리, 디지털 인프라 등이 모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지만, 실적 지표 간 불일치에 따른 시장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며 “IFRS 기준의 계정 항목을 명확히 구분해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하는 것이 주가 리레이팅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자산과 글로벌 트레이딩 부문 강화도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토큰증권, 스테이블코인, 인공지능(AI) 기반 투자 플랫폼 등 디지털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 법인은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마켓메이킹 전문 회사인 GTX를 설립했으며, GHCO 인수를 통해 영국 시장에 진출했다.
디지털 혁신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래에셋 3.0’ 비전 아래 테크·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올해 신규 채용 인력의 51%를 테크 인력으로 채웠다. 토큰증권,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 거래 등 디지털 자산 기반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중국 선전에 정보기술(IT) 센터를 추진 중이며 현지 기업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주주 환원 정책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미래에셋증권은 보통주 234만 주, 2우선주 59만 주를 취득했고 연내 잔여 물량을 모두 소각할 예정이다. 보통주의 추가 소각 여부는 내년 2월 배당 공시 때 발표된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분 25.5%를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와 합병을 추진하면서 지분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합병이 아직 발표 단계에 불과하지만, 사업 시너지와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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