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헬리오시티'. 이 단지는 2018년 12월에 입주해 입주 8년 차를 맞았습니다. 가구 수는 9510가구로 강동구 둔촌동에 있는 '올림픽파크포레온(2024년 입주·1만2032가구)'이 들어오기 전까진 서울에서 가장 가구 수가 많은 단지로 알려졌던 곳입니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 5일 30억7500만원에 손바뀜했습니다. 올해 초 22억원대였던 이 면적대는 불과 1년 만에 8억원이 넘게 치솟았습니다. 3.3㎡(평)당 금액으로 보면 9609만원으로 평당 1억원에 육박하는 가격입니다.
헬리오시티가 새삼 관심을 받는 이유는 단지 이름을 딴 결혼 정보 회사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분홍색 시트지가 지나가는 이들의 이목을 끕니다.
'헬리오 결혼정보'를 차린 인물은 송파구에 30년 넘게 거주하면서 이 동네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공인중개사입니다. 그는 헬리오시티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사가 생기고 정식 회원을 받은 지 3개월 만에 회원이 200명으로 불어난 것으로 전해집니다. 대부분은 헬리오시티 입주민이고 나머지는 인근 단지에 있는 입주민이라고 합니다.

'헬리오 결혼정보'의 모티브가 된 곳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에서 생겼던 '원베일리 노빌리티'입니다. 지난해 '원베일리 결혼모임회'로 시작했던 이 회사는 올해 7월 법인으로 공식 출범했습니다.
가입비는 20만원, 연회비는 3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회사를 통해 탄생한 커플이 꽤 많고 실제로 결혼이 성사된 사례도 있습니다. 초기엔 래미안 원베일리에 거주하는 주민들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강남과 서초 일대로 범위를 넓혀 회원을 받고 있습니다.
강남구 도곡동에서 '부의 상징'으로 꼽히는 '타워팰리스'에도 비슷한 모임이 있습니다. 타워팰리스 2차에선 입주민 미혼 남녀의 결혼을 위한 모임 '아름다운 인연'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인연은 타워팰리스 1·2·3차를 비롯해 서초구 서초동, 강남구 압구정동 등 서울 주요 고급 주거지에 거주하는 이들 간 자연스럽고 우아한 만남의 장을 마련해 뜻깊은 인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선 반응이 엇갈립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결혼해야 갈등도 적고 잘 사는 것 같다.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고도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애들만 좋다고 하면 당장 가입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한 누리꾼은 "밖에서 보는 시선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다"고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앞으론 모든 아파트에서 결정사가 만들어질 것 같다. 계급사회가 따로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계급화' 현상은 알게 모르게 계속 있었습니다. 어떤 아파트는 재건축을 하면서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임대 가구를 한 동으로 몰아놓고 펜스를 친 곳도 있고, 임대 가구를 저층으로 일반 가구는 고층으로 배치하면서 비상계단을 막아버려 오가지 못하게 한 사례도 있습니다. 단지 인근에 '청년주택'이 들어선다고 하면 "우리 집값 내려가는 것 아니냐"며 청년주택 건설을 반대하기도 한 곳도 있습니다.
한 카드사는 아파트 입주민만을 위한 카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특정 아파트를 사는 게 마치 특별한 신분인 것처럼 해당 카드를 인근 백화점에서 사용하면 차별화한 혜택을 준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한때 아파트 이름을 딴 맥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같은 아파트끼리 사는 사람들끼리 연애하고 결혼한다는 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파트를 신분의 척도로 보는 '부동산 계급사회'가 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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