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로보택시(자율주행 택시)를 상용화한 나라는 미국과 중국뿐입니다. 한국이 세계 세 번째 로보택시 상용화 국가가 되기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서울 강남 일대에서 로보택시를 시범 운영 중인 SWM의 김기혁 대표(사진)는 17일 기자와 만나 “자동차 강국인 일본,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이 앞다퉈 로보택시 기술 자립에 나선 만큼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무선호출기(삐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인 김 대표는 2005년 모바일 소프트웨어 기업 성우모바일을 설립해 삼성전자 1차 협력사로 키웠다.
성우모바일은 전장부품 소프트웨어로 영역을 확장했고,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본격 나선 2018년 사명을 SWM으로 바꿨다. SWM은 2021년 국내 최초로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자율주행 운송 면허를 받으며 25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검토하고 있다. SWM의 핵심 기술은 자체 설계·개발한 자율주행용 고성능컴퓨팅(HPC) 시스템 ‘AP-500’이다. 실시간 대용량 데이터 처리 기술을 통해 주변 자동차와 사람 등 200개가 넘는 사물을 동시에 인식할 뿐 아니라 이들이 움직일 방향도 예측한다. SWM은 주요 부품을 국산화한 독자 플랫폼으로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SWM은 이 기술을 코란도 e모션에 적용해 지난해 9월부터 서울시와 손잡고 강남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약 17.9㎞)에서 로보택시를 무료로 운행하고 있다. 그동안 평일 밤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운영했지만, 다음달부터는 주간 운행도 시작한다. 서울 강남에서 쌓은 480테라바이트(TB) 규모의 운행 데이터를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켜 자율주행 성능을 개선했다.
김 대표는 “우리 기술로 로보택시 상용화의 첫걸음을 뗀 한국과 SWM에 해외 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이 미국과 중국처럼 로보택시 상용화 국가로 도약하려면 정부가 관련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기술을 들여오면 상용화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결국 기술 종속을 부르고 데이터 유출 우려도 커진다”며 “먼저 로보택시 관련 안전·책임 기준을 마련하고 우리 기술이 어느 정도 올라선 뒤에 단계적 기술 개방을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 9월 자율주행차 관련 규정을 개정해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정부가 자율주행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선 건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안전 운행 규제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과잉 규제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택시업계와 협력해 보완점을 찾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현장 경험과 기술 혁신이 결합할 때 시민은 더 안전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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