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분양을 시작한 광주 서구 금호동 ‘중앙공원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남은 물량을 민간임대 형식으로 전환해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분양이 장기화하는 것보다 임대 방식으로 전환해 시행사와 시공사의 재무 부담을 낮추는 게 낫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8층, 3개 블록, 2772가구 규모로 공사 중이다. 침체한 지방 분양시장 때문에 일반분양 물량은 1년 넘게 고전 중이다. 이와 달리 2-1블록 하이엔드 임대주택은 전용면적 84㎡ 408가구가 빠르게 완판돼 상품성을 입증했다. 업계에서는 남은 물량 역시 임대 방식으로 공급하면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대구의 미분양 단지 ‘힐스테이트 대구역퍼스트’(216가구)를 CR리츠를 통해 임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21년 분양을 시작했지만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CR리츠 전환을 앞두고 기존 분양 계약자가 일부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CR리츠를 통해 임대 공급이 이뤄지면 향후 매매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아질 수 있어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출자에 동참하고 향후 아파트를 분양가 이상 가격에 매각할 예정”이라며 “계약자와 대화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신공영은 경남 양산시 물금읍 ‘양산 한신더휴’를 CR리츠로 해결할 계획이다. 전체 405가구 중 260여 가구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분양률이 저조해 공사비의 90%가량이 미지급됐다. 한신공영은 CR리츠로 미분양 가구를 매입한 뒤 임대로 운영하고 향후 매각해 손실을 메울 계획이다.

정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미분양 직매입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미분양 안심환매’ 등으로 지방 미분양 해소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LH의 1차 직매입 예정 물량은 목표치(3000가구)에 크게 못 미치는 733가구에 그쳤다. 가격 조건을 완화하고 계획 물량을 늘려 2차 매입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미분양 안심환매 역시 신청 물량이 배정된 예산의 60%에 불과하다.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2500억원까지 규모를 키웠지만 신청 물량은 15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는 “매입 기준이 여전히 까다롭고 재무 부담 해소에 큰 효과가 없어 건설사들이 참여를 주저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은 정부의 매입보다 CR리츠 방식으로 미분양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수익성이 불투명하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 관계자는 “근본적인 대책은 양도세 감면 같은 수요 진작으로 분양 시장이 회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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