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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자체 쌈짓돈 된 지방기금, 줄줄 새는 세금 이뿐이겠나

입력 2025-11-17 17:27   수정 2025-11-18 00:22

일자리 확대와 주거 환경 개선을 통해 지방 인구를 늘리겠다는 취지로 조성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지방자치단체 선심성 사업에 낭비되고 있다는 한경 단독 보도(11월 17일자 A1, 6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2~2025년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 2109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777건(36.8%)이 인구 유입 기반 구축과 무관한 곳에 사용됐다. 문화·스포츠센터 등 복지시설 건립에 1조952억원, 지역축제 개최에 3830억원이 쓰이는 등 줄줄 샌 돈이 한두 푼이 아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 감소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만들어졌다. 기금으로 불리지만 재원 100%가 국민 세금이다. 행정안전부가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매년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17개 광역단체가 설립한 관리조합이 기금을 관리하며, 실무는 한국지방재정공제회가 담당한다.

문제는 지자체들이 기금을 쌈짓돈으로 여긴다는 데 있다. 지역축제를 개최하거나 복지시설을 지을 때 예산이 부족하면 기금을 헐어 쓰는 식이다. 대전 중구가 추진하는 ‘영스트리트 빛거리’ 사업 같은 관광·축제형 사업은 인구 유입 상관계수가 -0.01이다. 지방 인구 확대라는 기금의 취지와 무관하다는 뜻이다. 부산 중구와 전남 구례군 등이 기금을 활용해 운영 중인 공유 빨래방도 이주민이 아니라 기존 주민을 겨냥한 사업으로 분류된다. 사업의 선정과 평가를 담당하는 지방재정공제회도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인구 유입 지표 대신 지역 주민의 만족도를 활용하는 등의 편법으로 부실 사업에 ‘S등급’을 매기는 일이 허다하다.

정부는 내년 정부 예산을 올해보다 8.1% 증가한 728조원으로 잡았다. 재정 건전성보다 경기 회복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무게를 둔 확장 재정이다. 예산을 늘리기에 앞서 지방소멸대응기금 같은 새는 구멍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채 발행까지 늘려가며 어렵사리 마련한 예산을 지자체 민원 해결에 낭비하는 것을 어느 국민이 용납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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