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해 1~9월 평균 한국 실질실효환율(REER)은 90.87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86.96) 후 가장 낮았다. 실질실효환율은 세계 60개 교역상대국과 비교해 어느 정도 구매력을 갖췄는지를 나타내는 환율이다. 실질실효환율이 100보다 낮다는 것은 원화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한국 실질실효환율은 2021년 100.06에서 2023년 96.61 등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밀가루, 휘발유 등 필수 수입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뛰어 국민의 체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실질실효환율이 떨어지면 수출 대기업 실적이 향상돼 국민의 구매력 훼손을 어느 정도 보완했다. 원화 가치 하락에 따라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그만큼 경상수지·무역수지 흑자가 확대됐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이 대표적이다. 당시 평균 환율이 전년 대비 47.08%(447원77전) 급등한 1398원88전을 기록했고, 이 영향으로 사상 최대인 401억1280만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
요즘은 상황이 바뀌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실질실효환율이 10% 하락할 때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되레 0.29%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해외에서 원재료를 들여와 재가공해 수출하는 방식이 국내 제조 기업 사이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비싼 달러를 주고 원자재와 중간재 등을 사와야 한다. 반면 제조 기지와 판매 시장은 다변화했다. 제품 판매는 현지 통화로 하고 원자재 구매는 달러로 하면서 그만큼 손실을 보는 셈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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