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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 피하나 했더니…기업들 '집단소송 공포'

입력 2025-11-17 17:55   수정 2025-11-24 15:55

정부와 여당이 배임죄 폐지를 예고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 일부 강경파 의원을 중심으로 ‘미국식 집단소송’을 전면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2005년 도입한 이후 20년간 증권·금융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하던 집단소송을 모든 산업 분야 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인의 형사책임을 완화하는 대신 민사책임을 강화하려는 취지지만, 천문학적 배상액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계 우려가 크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9월 출범한 ‘경제형벌·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배임죄 대체 입법을 추진 중이다. 배임죄로 뭉뚱그려 처벌하던 범죄를 유형화해 개별법에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동시에 징벌적 손해배상과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를 도입해 민사책임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기형, 김남근 의원 등 강경파를 중심으로 집단소송제 전면 확대가 논의되고 있다.

미국식 집단소송제는 50인 이상 피해자가 동일한 원인으로 손해를 봤을 때 대표 당사자가 제기한 소송의 판결 효력이 전체에 미치는 게 핵심이다.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의 경우 현행 공동소송에서는 개별 피해액을 각각 산정하지만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1인당 30만원 배상 판결 시 전체 가입자 2500만 명 기준 최대 7조5000억원까지 배상액이 급증할 수 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강화돼 집단소송의 파급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단소송이 일반 기업으로 확대되면 주주 충실 의무 위반 소송도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수석위원은 “경영상 판단으로 감옥에 가지 않게 해준다면서 기업 존립을 위협할 천문학적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집단소송 확대는 소송 제기만으로도 평판이 훼손돼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족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희원/허란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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