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세대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제조업 기업 경영자 3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인 현실에서, 가업승계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기업의 승계는 단순한 부의 이전으로 볼 수는 없다. 창업주가 평생 쌓아 온 경영철학과 기업 문화를 어떻게 다음 세대로 잇고, 그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가의 문제로, ‘기업 생명주기의 다음 장(章)’을 여는 경영 전략이다.
과도한 상속세가 가업승계 발목
그런데 기업의 승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과중하다고 평가된다. 특히 상속세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세율과 낮은 공제한도, 상속 총액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세 방식 등이 결합돼 있어, 압도적 세계 1위인 셈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합법적인 절세 및 승계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왔고, 정부도 기업의 이러한 노력들이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공정한 시장 질서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상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의 개선으로 꾸준히 뒷받침해 왔다. 그렇지만 상속세와 증여세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상당한 수준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 경영자가 막대한 상속·증여세 부담을 견디지 못해 가업승계를 포기하고 경영권을 매각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고, 가업승계를 택하더라도 상속·증여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가족 간 이해충돌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거나 외부 자본이 경영권을 침탈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처럼 과도한 상속·증여세 부담은 기업 경영자로 해금 가업승계 자체를 기피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승계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키는 리스크가 되기도 한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부모 세대에서부터 상속세 절감 방안, 종신보험 가입 등을 비롯한 상속세 재원 조달 방안 마련, 가족 간 다툼을 최소화하는 승계 구도 결정 등 가업승계를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아울러, 원활한 가업승계를 통해 기업의 경영 및 기술 노하우가 안정적으로 계승됨으로써,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고용 창출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균형 있게 실현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정비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최대주주할증 적용 시, 실질세율 60% 달해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즉, 피상속인(부모)의 전체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세율이 결정되는 구조다. 증여세의 과세 체계도 상속세와 유사하나, ‘수증자별 과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상속·증여세의 세율 구간을 살펴보면, 과세표준이 30억 원 초과 시 최고세율인 50%가 적용된다. 최근 자산의 가치와 가액이 크게 상승함에 따라 많은 경우 최고세율이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기업 경영자인 부모가 가업승계를 위해 자녀들에게 주식을 상속·증여하는 경우 대부분 최고세율이 적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알려진 최대주주 할증평가가 적용되면 실질세율이 60%에 이르게 된다.
이를 납부하기 위해서는 결국 상속·증여받는 주식 중 일부를 매각하거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의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지배구조가 약화되고 경영권이 흔들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상속·증여세가 단순한 세 부담을 넘어 ‘기업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는 셈이다.

중견·중소기업, 가업승계 지원제도 활용
우리 세법은 세대 간 원활한 가업승계 지원을 통해 기업 경영의 안정을 도모하고, 기업 존속에 필요한 자본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중소기업(자산 5000억 원 미만) 또는 중견기업(직전 3개년 평균 매출액 5000억 원 미만)을 대상으로 한 가업승계 지원제도를 두고 있다.


첫째, ‘가업상속공제’가 있다.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운영한 기업을 상속인이 이어받는 경우, 가업 영위 기간에 따라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재산에서 공제된다.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가업에 관한 요건(중소·중견기업 및 업종) △피상속인에 관한 요건(주식 보유 및 대표이사 재직) △상속인에 관한 요건(가업 종사 및 대표이사 취임)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다만, 공제를 받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가업상속공제 후 5년간 사후관리가 이루어지므로 자산의 유지, 가업의 종사 및 유지, 상속인의 지분 유지 등의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공제받은 세액이 추징된다.
둘째,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가 있다. 고령의 기업인이 생전에 자녀에게 주식 내지 지분을 계획적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가업 영위 기간에 따라 최대 600억 원 한도로 ‘10억 원의 공제와 10% 또는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이 특례 또한 적용되기 위해서는 △가업에 관한 요건(중소·중견기업 및 업종) △증여자에 관한 요건(경영 기간 및 주식 보유) △수증자에 관한 요건(가업 종사 및 대표이사 취임)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이 역시 5년간 사후관리가 이루어진다. 수증자의 가업의 종사 및 유지, 지분 유지에 관한 요건을 준수되지 않으면, 감면받은 세액이 추징된다.
셋째, ‘창업자금 증여세 과세특례’가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창업자금을 이전할 때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최대 100억 원 한도로 ‘5억 원 공제와 10%의 세율’이 적용된다. 이 특례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증여자에 관한 요건(나이) △수증자에 관한 요건(2년 내 창업해 일정한 업종을 영위) △증여 물건에 대한 요건(현금·예금 등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아닌 재산)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또한 4년간 사후관리가 이루어져서 자녀가 창업자금을 실제로 해당 목적에 사용하지 않으면 감면받은 세액이 추징된다.
이상은 단순한 절세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지배구조와 승계 전략을 설계하기 위한 제도다. 다만, 각 제도의 적용 요건과 사후관리 규정이 복잡한 만큼 실제 활용 시에는 법률·세무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법 개정 기다리는 상속·증여세 개편
최근 몇 년간 상속세 및 증여세의 적정화에 관해 활발한 논의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상속세 및 증여세와 관련된 본격적인 개편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향후 제도 개편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위해 최근 논의의 흐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는 2024년 7월 25일 ‘세법개정안’을 통해 상속세 및 증여세 제도의 대대적인 개편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상속세 및 증여세 최고세율을 40%로 인하, 과세표준 최저구간 확대, 최대주주 할증평가제도 폐지, 자녀공제 한도 상향, 가업상속공제 적용 범위 확대 및 공제한도 상향 등을 통한 세 부담 완화였다. 그러나 부의 세습을 둘러싼 감세 논란이 제기됨에 따라 세법 개정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기획재정부는 이어서 2025년 3월 12일 유산취득형 상속세제의 도입 및 인적공제 확대 방안 등을 발표하고, 5월 28일 이를 담은 상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기획재정부가 7월 31일 발표한 ‘2025년 세제개편안’에는 이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세 부담 완화를 담은 관련 법안이 계속 발의되고 있으므로 개정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증세법 주요 개정안으로는,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이 2025년 8월 5일 대표 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 최고 세율을 30%로 인하하고, 최대주주 할증평가제도를 폐지하며, 배우자로부터의 상속·증여재산에 대해 비과세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의안,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2025년 11월 5일 대표 발의한 상속세 일괄공제 금액을 5억 원에서 7억 원으로 상향하고, 배우자공제 최저금액을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의안이 있다. 이 법안들은 구체적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과중한 세 부담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동일하다.
유류분 상실선고제도 도입 가능성
가업승계의 어려움은 세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속인이 여러 명인 경우, 승계 구도 및 재산 분배에 관해 상속인들 사이에 갈등이 있으면, 경영권 분쟁으로 격화돼 회사의 존속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창업주의 유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상속 분쟁이 바로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이다.
‘유류분’이란 상속재산 중 피상속인이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고 상속인을 위해 반드시 남겨 두어야 할 일정 부분을 의미한다. 우리 민법은 공동상속인 중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및 배우자에 대해는 법정상속분의 2분 1, 직계존속 및 형제자매에 대해는 법정상속분의 3분 1 비율의 유류분을 인정해 왔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4월 ‘유류분에 관한 위헌제청’ 사건에서 민법이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부분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패륜적인 상속인에 대해 유류분 상실 사유를 규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기여분에 관한 규정을 유류분에 준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헌법불합치결정 부분에 대한 법률 개정 시한을 2025년 12월 31일로 정했다.
현재 유류분 관련 국회에 계류 중인 주요 민법 개정안은 유류분 상실선고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유류분 권리자가 피상속인에 대한 중대한 부양의무를 위반한 경우,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한 경우,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한 경우 등을 유류분 상실 사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행해지는 증여는 유류분 산정 시 고려하지 않는 방안, 유류분반환액을 산정함에 있어 법원이 기여분을 고려하는 방안 등도 논의되고 있다.
유류분에 관한 민법 개정 시한이 다가오고 있으므로, 연말 중 민법 개정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실무적으로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므로, 관련 분쟁이 진행되거나 예상되는 경우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족 간 화합이 가장 소중한 유산
기업 경영자에게 있어 사전 승계 준비는 필연적으로 다가올 미래를 철저히 대비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실현함으로써 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매우 중요한 문제다.
가업승계를 미리 준비하면 부모 세대의 은퇴 후에도 기업의 연속성과 경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세금 부담으로 인해 기업 경영이 흔들리는 사태도 방지할 수 있다. 후계자의 경영 준비를 도와주면서 책임감도 부여할 수 있고, 체계적 재산 분배 계획을 통해 혹시 모를 가족 간 갈등 및 이로 인한 경영상 리스크도 예방할 수 있다. 기업 경영자가 자녀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유산은 안정적인 경영 환경과 가족 간 화합에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용대 김앤장 법률사무소 가사상속·기업승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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