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패션 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랄프로렌 주가는 정반대 흐름을 나타내 눈길을 끌고 있다. 랄프로렌만의 브랜드 대응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프리미엄 제품군을 늘리는 등 고급화 전략을 쓰며 충성 고객층 확보에 공을 들였다. 명품보다는 비교적 가격대가 합리적인 점도 젊은 층 소비를 이끌어냈다.
지난 11월 12일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랄프로렌은 전일 대비 1.9% 오른 340.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때 342.02달러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쓰기도 했다.

랄프로렌만의 충성 고객 확보
최근 1년간 랄프로렌 주가는 61.4% 올랐다. 5년으로 넓히면 338.3% 뛰었다. 명품 기업이 실적 악화와 소비 둔화로 조정세를 겪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구찌 모회사인 케링은 지난 1년간 48.89% 올라 314.1유로에 거래되고 있다. 명품 소비가 급증했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때와 비교하면 반 토막 난 수준이다. LVMH는 같은 기간 13% 오르는 데 그쳤다.

관세 압박과 중국 소비 감소 등으로 글로벌 패션 시장이 침체에 빠진 가운데 랄프로렌은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가격 민감도가 낮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높은 소비자 충성도를 유지하면서다. 패트리스 루베 랄프로렌 최고경영자(CEO)는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소비자 지출이 더욱 신중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우리 핵심 고객들은 여전히 회복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전통적 명품 소비에서 벗어나 품질, 가치를 보다 더 중시하는 트렌드를 잘 파고들었다. 가격 인상을 통한 고급화 전략이 통한 것이다. 랄프로렌은 지난 8년간 프리미엄 제품군을 확대해 왔다. 이 기간 제품 평균 가격은 2배가량 올랐다.
로이터통신은 “트렌디하면서도 저렴한 명품을 찾는 젊은 고객층을 유치하고 있다”고 짚었다. 하이엔드 제품보다는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가격대인 데다 프리미엄 이미지로 브랜드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익률 확대 전략 선택
매출 흐름도 견조하다. 랄프로렌의 2026 회계연도 2분기(2025년 7~9월) 매출은 20억 달러(약 2조9000억 원)로 시장 전망치(18억9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주당 순이익도 3.44달러에서 3.79달러로 확대됐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총이익률이다. 총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1%포인트 상승한 68%를 기록했다. 면화 가격이 하락한 데다 프로모션 축소, 직접 판매 비중 확대 등으로 관세 부담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랄프로렌은 도매 채널을 줄이고 직접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 자사 온라인 쇼핑몰과 직영 매장 중심으로 판매 구조를 전환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기 위해서다. 저가 할인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는 도매 채널을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글로벌 시장 매출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국가별로 유럽과 중국에서 각각 22%, 30% 증가했다. 전 세계 동일 점포 매출은 10%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가 11% 증가하며 전체 성장을 이끌었다. 중국 시장만 놓고 보면 1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의 경우 랄프로렌 전체 매출의 8% 정도를 차지하지만 성장 동력이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아직 고객 확보 단계인 만큼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랄프로렌은 중국에서 티몰과 징동닷컴 등 주요 이커머스뿐 아니라 위챗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온라인 입지를 구축했다”며 “팝업스토어, 디지털 플랫폼 등을 통해 더 많은 명품 구매를 하는 중국의 Z세대와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매장은 베이징, 상하이, 청두 등 6개 주요 도시에만 집중하고 있다.
시장도 랄프로렌 목표주가를 잇달아 높였다. UBS는 지난10월 랄프로렌 목표주가를 404달러에서 421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TD코웬은 399달러까지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널리스트의 75%(15곳)가 매수 의견을 냈다. 보유 의견은 15%(3곳), 매도 의견은 10%(2곳)였다. 목표주가는 365.2달러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시장 진출 자체가 리스크라는 의견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지금은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다른 서방 기업과 마찬가지로 관세, 소비 둔화 등의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랄프로렌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5배다.
한명현 한국경제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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