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식장에서 근무하다가 백혈병 진단을 받은 파키스탄 출신 이주노동자가 자신을 무상 치료해준 병원에 100만원을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7일 서울 녹색병원은 파키스탄 국적 이주노동자 칸 무바실룰라(Khan Mubasherullah)씨가 산업재해를 당한 이들을 치료하는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에 사용해달라며 병원에 100만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병원에 따르면 15년 전 한국으로 이주해 전남 지역 양식장에서 근무한 무바실룰라씨는 발암 물질인 고노동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돼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치료비를 마련하지 못해 지역 노동 단체의 모금에 의존해야 했고, 수백만 원이 모였지만 치료비로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무바실룰라씨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의 도움을 받아 2021년 3월 서울 소재 녹색병원에 입원해 무상으로 치료받았다.
무바실룰라씨는 당시 건강 상태가 호전됐다가 악화하기를 반복해 3차례 입·퇴원했고, 같은 해 9월 완치 판정을 받았다.
현재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아 치료비를 지원받고 있으며, 전남 지역에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고 녹색병원은 전했다.
임상혁 녹색병원 병원장은 "100만원 이상 고액 후원자의 명단을 보다가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고, 확인해보니 무상 치료를 받았던 무바실룰라씨가 수개월 전 기부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도움을 받았던 이주노동자가 자신보다 어려운 이를 위해 기부했다는 사실이 큰 울림을 줬다"고 말했다.
한편, 전태일의료센터는 산업재해와 직업병 피해 노동자를 전문적으로 돕기 위한 병원으로 2028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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