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가 홀로 명상 음악처럼 들리는 바흐 시대의 아르페지오(칼 프리드리히 아벨)을 연주한다. 곧 비올라가 끼여들어 현대 작곡가(캐롤라인 쇼)의 날카로운 긴장감(석회암)과 부드러운 화음(펠트)을 보탠다.이어지는 베토벤의 3중주 와 덴마크 전통 민요 4중주를 거쳐, 무대는 6명의 연주자로 가득 찬다. 20세기 현대음악 최고의 거장으로 꼽히는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이 선사하는 격정과 낭만이 펄쳐진다. 이어 마이클 잭슨과 방탄소년단(BTS)의 팝 에너지는 현악으로 재탄생한다.
이달 제36회 이건음악회 무대를 위해 내한하는 ‘노르웨이 챔버 오케스트라(NCO) 현악 6중주단’이 선보일 프로그램이다. 36년간 전석 무료로 실력파 해외 연주자들을 소개해 온 이건음악회가 올해 선택한 아티스트는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클래식의 혁신 그 자체다.
1977년 창단된 NCO는 현존하는 챔버 오케스트라 중 가장 실험적이고 영향력 있는 단체로 손꼽힌다. 음악감독 페카 쿠시스토의 리더십 아래 ‘클래식 콘서트 형식의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26명의 핵심 단원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며 독창적인 앙상블을 구축해왔다.
이들의 ‘혁신’은 단순한 레퍼토리 확장이 아니다. 안무와 암기 연주를 결합한 노르웨이 국민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의 ‘홀베르크 모음곡’, 톨스토이 원작 낭독과 결합한 체코 음악가 레오시 야나체크의 ‘크로이처 소나타’, 독일 낭만파 음악 거장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변신’을 재해석한 ‘지옥의 문’ 등은 이들의 무대가 단순한 ‘연주회’가 아닌 ‘콘서트 시어터’에 가깝다.
이번 이건음악회에는 NCO를 대표하는 6명의 핵심 연주자가 현악 6중주를 구성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카타리나 첸과 사라 로즈 앙젤리크 외빙에는 각각 노르웨이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 제1콘서트마스터이자 노르웨이 스펠만상(그래미) 수상자다. 첸은 172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외빙에는 1754년산 과다니니를 연주한다.
비올라 파트는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 말러 챔버 등에서 활약한 한네 모에 셸브레드와 베를린 필, 베르비에 페스티벌 챔버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한 마르테 그림스루드 후숨이 맡아 견고한 중음을 받쳐준다.
첼로 파트의 면면도 화려하다. 아우둔 안드레 산비크는 오슬로 필, 슈투트가르트 실내악단 등과 협연한 솔리스트이자 대학 교수다. 1695년산 조르조 타닝거 첼로를 사용한다. 올레 에이리크 레에 역시 바라트 두에 음악대학 부총장 이자 스펠만상 수상자다. 교육과 연주 양면에서 활약 중이다.
6인이 선보일 프로그램은 ‘현악 앙상블의 역사’를 종횡무진 가로지른다. 첼로 독주(아벨) , 2중주(캐롤라인 쇼) , 3중주(베토벤) , 4중주(덴마크 전통곡) 로 점차 편성을 확장하며 각 편성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캐롤라인 쇼의 ‘석회암과 펠트’는 불협화음으로 ‘석회암’ 같은 긴장감과 ‘펠트’처럼 부드러운 화음이 대비되는 21세기 명곡이다. 후반부는 6중주 편성으로 그리그의 ‘홀베르그 모음곡’ 중 ‘리고동’과 덴마크 스트링 콰르텟의 리더 룬 톤스가드 쇠렌센의 ‘샤인 유 노 모어’로 북유럽의 감성을 전한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이다. 이 곡은 낭만주의의 황혼을 상징하는 기념비적 작품이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는 여인의 고백과 아기를 모두 받아들이는 남자의 너그러운 사랑을 그린 리하르트 데멜의 시를 다룬다.
파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첼로 듀오로 편곡된 마이클 잭슨의 ‘스무스 크리미널’과 현악 6중주로 편곡된 BTS의 ‘다이너마이트’는 클래식 팬과 팝 팬 모두를 사로잡을 무대다.
이건음악회는 ‘이건박영주문화재단’의 주최로 36년째 무료로 열리고 있다. ‘문화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재단의 철학 아래, 이건음악회는 ‘아리랑 편곡 공모전’과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제36회 이건음악회는 15일 서울(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16일 부산(부산문화회관), 17일 대구(콘서트하우스), 19일 광주(광주예술의전당), 20일 인천(아트센터인천)에서 열린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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