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열리는 제36회 이건음악회는 ‘혁신’과 ‘파격’을 키워드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36년간 국내 대표 ‘메세나’ 음악회로서 무료 클래식 공연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지켜온 이건음악회가 올해 초청한 아티스트는 ‘노르웨이 챔버 오케스트라(NCO) 현악 6중주단’이다.1977년 창단된 NCO는 시낭송·연극·시각예술 등 타 장르와 클래식을 과감히 결합하는 ‘창의적 무대 연출’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단체다. 이들의 명성은 단순히 기술적 완벽함을 넘어, 전통적인 콘서트홀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정신에서 비롯된다.
바이올리니스트 페카 쿠시스토가 이끄는 NCO는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 제임스 골웨이, 조슈아 벨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세계적 솔리스트들이 협업을 선호하는 앙상블로도 유명하다.
이번 36회 이건음악회에는 NCO를 대표하는 핵심 연주자 6명이 내한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카타리나 첸, 사라 로즈 앙젤리크 외방에부터 비올리스트 닝한네 모에 셸브레드, 마르테 그림스루드 후숨, 첼리스트 아우둔 안드레 산비크, 올레 에이리크 레에 등 최정예 멤버들이 한국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이들의 명성에 걸맞게 프로그램은 NCO의 역동성과 혁신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공연은 첼로 솔로(칼 프리드리히 아벨)의 고요한 연주로 문을 연다. 이내 무대는 2중주(캐롤라인 쇼), 3중주(베토벤), 4중주(덴마크 전통곡)로 점차 확장되며 현악 앙상블이 빚어낼 수 있는 다채로운 사운드를 유기적으로 펼쳐 보인다.
후반부의 하이라이트는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Verklarte Nacht)’이다. 낭만주의의 황혼과 현대음악의 여명을 잇는 쇤베르크의 초기 걸작으로, 현악 6중주가 빚어내는 밀도 높은 사운드와 극적인 감정선이 관객을 압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내 무대는 다시 한번 파격을 선보인다. 첼로 듀오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스무스 크리미널(Smooth Criminal)’을 연주하고, 마지막으로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현악 앙상블로 재탄생한다.
클래식 악기가 팝 아이콘의 곡을 어떻게 재해석할지는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목이다. 단순한 편곡을 넘어, 원곡의 리듬감과 에너지를 현악 6중주의 정교함으로 재창조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시대와 국가,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선곡은 관객에게 ‘현악 앙상블의 모든 것’을 경험하게 한다. 쇤베르크의 깊은 낭만과 마이클 잭슨의 리듬, BTS의 긍정적 에너지를 한 무대에서 만나는 것은 이번 공연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특별한 무대가 36년간 ‘무료’로 제공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건(EAGON)의 확고한 메세나 철학 덕분이다. 1990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실력파 음악가를 소개하며 시작된 음악회는 ‘예술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故 박영주 회장의 신념을 현실화한 행사다. 故 박 회장의 ‘예술을 통한 사회 기여’ 신념은 ‘무료’라는 형식뿐 아니라, ‘혁신’이라는 내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공익재단인 이건박영주문화재단이 공식 주최해 故 박 회장의 숭고한 정신을 더욱 공고히 계승한다.
음악회의 대미는 이건음악회의 또 다른 상징인 ‘아리랑 편곡 공모전’ 당선작이 장식한다. 신진 작곡가 등용문으로 자리 잡은 이 공모전의 올해 우승작은 전다빈 작곡가의 ‘빛아리랑’이다. 유럽 최정상 앙상블의 손에서 탄생할 '빛아리랑'은 한국 고유의 정서를 서양 클래식의 어법으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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