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냥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최근 세운상가 재개발 사업을 비롯해 한강버스, 광화문 정원 등 오 시장의 정책을 차례로 저격했다. 여기에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까지 가세하면서 정치권에서 민주당의 선거용 '오세훈 견제 모드'가 본격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에서는 시정 비판을 넘어선 조직적이고 정치적인 행위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김 총리는 지난 10일 종료를 찾아 문화유산 보호를 주장하며 세운상가 개발에 제동을 걸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K-관광 부흥에 역행하며 국익적 관점에서 근시안적 단견이 될 수 있다"고 썼다.

이어 16일에는 한강버스가 잠실 선착장 인근 강바닥에 걸려 멈춘 사고가 발생하자 "한강버스 운항 안전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안전 점검을 특별 지시했고, 17일에는 서울시가 6·25 전쟁 참전국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은 상징 공간을 광화문 광장에 마련하기 위해 추진 중인 '감사의 정원을 찾기도 했다.
오 시장을 향한 민주당의 공세는 이해찬 전 대표까지 가세하며 '전당적 기획'으로 확장하는 분위기다. 이 전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서울시당 주최 행사에서 강연자로 나서 한강버스 사고 소식을 들으며 무너진 삼풍 백화점이 생각났다며 "시장이 제대로 안 하면 그런 꼴이 나는 것"이라고 오 시장을 저격했다. 앞서 민주당은 '오세훈 시정 실패 정상화 TF' 운영도 시작했다.
야권에서는 김 총리의 행보가 정책 지적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총리가 서울시 정책을 일일이 감독·견제하는 모습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선거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 총리의 행보는) 사전 선거운동에 가깝게 보일 수 있고, 선거 개입으로써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는 부분이 다분히 있어 보인다"며 "국민도 그런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현진 서울시당위원장도 국회 소통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최근 김 총리의 행보는 대한민국 국무총리 행정부의 책임자인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인지 헷갈릴 정도"며 "(김 총리가) 서울시 정책만 쫓아다니며 오세훈 시장 흠집 내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준영 의원은 KBS '전격시사' 라디오에 출연해 "상대적으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였고 민주당이 싹수가 없으니까 조바심이 나서 그러지 않나 싶다"라며 "이렇게 스토킹하지 말고 서울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치는 게 민주당의 선거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당 내부 리스크를 덮고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강력한 소재 중 하나가 '오세훈 때리기'"라며 "선거 전초전이 이미 시작된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정면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정치적 공격'이라는 점은 분명히 하고 있다. 시장 임기 후반부에 들어서며 성과가 가시화되는 시점인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견제가 더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정책에 대해 다각도로 비판하고 토론하는 것은 얼마든지 괜찮고 도움이 되는데, 민주당에서 하는 공세는 굉장히 정치적으로 보이지 않나"라며 "서울시가 시민들을 위해 하는 사업을 못 하게 하거나 중지시키거나 하는 부분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당에서 정치적으로 비판하는 것에 더해 총리까지 나오셔서 액션을 하시는데, 그 부분은 생산적이지 않다"며 적법하게 하는 사업과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고, 시민들께서 궁금해하시는 부분이나 문제 제기되는 부분이 있다면 잘 설명해 가면서 끌고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정식으로 논박하면서 나서서 붙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저희는 저희 일을 하고, 시민들께 충분히 설명하면 평가해주실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서 한 국민의힘 관계자도 "오 시장이 맞대응에 나설 경우 민주당의 전략에 말릴 수 있다"며 "정책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어"라고 조언했다.
이 자리에서 천준호 '오세훈 시정 실패 정상화 태스크포스(TF)' 단장은 "이름만 신통일 뿐 현실은 전혀 신통치 않다"며 "정비구역 지정과 사업 시행계획 통합심의 권한이 서울시에 과도하게 집중돼 행정 병목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윤석열 정부는 건설경기 부양에만 집중해 규제를 완화해 한강벨트 집값을 과열시켰고 오 시장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결정은 서울 부동산을 불장으로 만드는 데 기름을 부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여권에서 '오세훈 대항마'로 떠오른 정원오 성동구청장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주민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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