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이 커지면서 여행 자제령 이후 중국 내에서 예정됐던 일본 영화 개봉이 연기되고 있다. 방문 교류 등의 행사도 취소되는 분위기다.
관영 중국중앙TV(CCTV)는 18일 0시께(현지시간)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와 '일하는 세포' 등 수입 일본 영화의 상영이 중단될 것"이라며 "영화 수입사와 배급사에 확인한 바, 이번 조정은 일본 수입 영화의 종합적 시장 성과와 우리나라(중국) 관객 정서를 평가해 내린 신중한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 매체들은 두 영화의 중국 배급사가 전날 오후 개봉 취소 통지를 받았고, 영화관에서 예매 표가 환불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영화 플랫폼들에선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개봉 일자가 내달 6일로 표기돼 있으나 예매는 불가능하다.CCTV는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중국에서도 개봉했으나 다카이치 총리의 '잘못된 발언'으로 중국 관람객들의 강한 불만을 유발해 사흘 만에 뚜렷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더불어 개봉 5일 차 예상 박스오피스 매출이 2000만 위안(약 41억 원)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CCTV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중국 본토 박스오피스 올해 매출이 455억4300만 위안(약 9조4000억 원)으로 세계 2위 규모다. 이 가운데 중국 국산 영화 비중이 88.48%였다.
중국 내 반일 기류는 지난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개입' 시사 발언으로 촉발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이 집단 자위권(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에 격앙된 중국은 연일 고강도 비난을 쏟아내고 있으나, 다카이치 총리는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중국은 이후 '일본 치안 문제'를 이유로 자국민들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유학생들의 일본행도 신중히 검토하라고 공지하는 등 당국 차원의 통제 카드를 잇따라 꺼내고 있다. 이후 지난 15일 우호 도시인 일본 아이치현 한다시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중국 장쑤성 쉬저우시와의 교류 행사도 연기됐다. 쉬저우시는 1993년 한다시와 우호 도시 협력을 맺고 교류를 이어왔다.
이시카와현 노노이치시도 전날 예정됐던 중국 선전초등학교 교육 우호 방문단의 일본 방문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중국인 여행객을 전문으로 하는 일본 여행사 RCC 측은 이달 하순부터 12월 상순까지 시찰 등 기업 단체여행 일정 약 30건이 중지됐으며, 내년 1~2월로 예정된 유학생 사전 답사 9개 팀 일정도 취소됐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에서도 중국 체류 자국민의 안전을 당부했다. 주중 대사관은 지난 17일에 올린 '최근 일중 관계를 둘러싼 현지 보도 등에 입각한 안전대책'이라는 글에서 "외출 시에는 수상한 사람의 접근 등에 주의하고, 여러 명이 함께 행동하는 등 안전 확보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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