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수천만원 이상의 목돈을 들고 주식 투자를 시작하겠다며 찾아오는 고객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비교하면 아직 증시 과열을 논하기 이르다는 겁니다.”권오정 한국투자증권 잠실PB센터 대리는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증시 상황을 진단해달라는 요청에 “영업점에서 아직 증시 과열 징후를 느껴지지 않는다. 주식보다는 금 현물을 사겠다며 증권사에 뭉칫돈을 들고 찾아온 고객이 있었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2020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4년차인 2023년에 최우수 프라이빗뱅커(PB)로 선정됐고, 올해부터는 주식 투자에 대해서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프로(PRO) 브로커리지(BK)’로 활동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영업인력 중 10% 내외의 비중인 프로BK는 지원자 중 회사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다. 증권사 직원 중에서도 ‘주식 고수’로 꼽힌 셈이다.
또한 통상 강세장의 끝은 ‘버블 붕괴’에서 비롯되는데, 기술적 분석 지표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버블이 터지는 시점을 맞추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버블이라고 깨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권 대리는 “주가가 고점에 다다랐는지 가늠하는 데는 기술적 분석 지표가 유용하다”며 “펀더멘털 밸류에이션(재무제표 대비 주가 수준)보다 증시 자금의 수급을 더 잘 나타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형 주도주의 주가 차트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주도주의 주가에 버블이 형성되면서 증시가 과열되기 때문이다.
시가총액이 큰 대형 주도주의 일봉차트(하루동안의 주가 변동을 한 개의 봉으로 나타내는 차트)에서 급등 후 상승분을 대거 반납하는 ‘장대음봉’이나 ‘긴 윗꼬리’가 나타나는 걸 버블 붕괴의 징조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권 대리는 전했다.
그는 대형 주도주에서 ‘이례적 수준의 급등’이 나온 뒤의 상승분 반납이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SK하이닉스의 일간 주가 변동폭이 10% 이상인 날이 있었던 만큼, 이를 뛰어넘는 수준의 급등과 급락이 하루 동안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앞선 사례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2021년 1월11일 삼성전자는 장중 9.01% 상승한 9만6800원까지 오른 뒤 상승폭을 2.48%로 축소해 9만1000원으로 마감됐다. 이틀 뒤인 2021년 1월13일 종가 기준으로 9만원선이 무너졌다. 이후 4년9개월이 지난 올해 10월10일 돼서야 종가 기준으로 9만원을 회복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기록한 고점은 2021년 7월6일의 3305.21이다. 당시 삼성전자가 고점을 찍은 뒤 6개월 동안 지수가 무너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6개월여 동안 지수 상승폭은 4.98%에 그친다. 주도주가 무너진 뒤 지수가 횡보하다가 무너진 셈이다.
강세장과 반대로 약세장에서 증시의 바닥을 가늠할 때는 밸류에이션 지표가 유용하다고 권 대리는 말했다. 그는 “코스피 편입 종목들의 합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 수준에서는 대체로 바닥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증권사 직원이라고 해도 시장에 앞서서 주도주를 발굴해 내기는 어렵다”며 “시장에서 인정받은 주도주에 올라타거나, 온기가 퍼질만한 종목들을 미리 담아 충분한 수익을 챙길 수 있다”고 부연했다.
올해 들어선 뒤 SK하이닉스의 종가 기준 저점은 4월7일의 16만4800원이다. 이달 19일 종가는 56만2000원으로 저점 대비 245.87% 상승했다. 저점의 2배 가격인 32만9600원에 매수했더라도 70.5%의 수익을 챙겼을 것으로 계산된다.
조금 기다리더라도 더 큰 수익을 챙기고 싶은 사람은 주도 테마 안에서 아직 주목받지 못한 종목을 찾아야 한다. 반도체 섹터 안에서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이 여기에 해당한다.
권 대리는 외주 패키징·테스트 전문 기업(OSAT)의 주식으로 짭짤한 수익률을 올렸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아무리 열심히 분석해도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보다 먼저 SK하이닉스의 상승을 점치고 저점에서 매수할 수는 없다”며 “SK하이닉스에 뒤이어 주가가 상승할 소부장 종목을 탐색했고, 그중에서 가장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OSAT 관련 종목들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AI 테마에 더해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 모멘텀을 업은 금융주들도 주도주로 이번 강세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권 대리는 강조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최고 세율이 25% 수준으로 결정되면 국내 자산가들의 은행 예금을 대체할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권 대리는 “현재 주가 수준에서 은행주들은 연간 4~6% 수준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은행 예금의 경우 연 2~3% 이자를 주는데, 자산가들의 경우 이자소득이 종합과세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도 일종의 투자인데, 차라리 은행 주식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고 자산가들이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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