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군 간 데이터 통합 및 시험시설 확충이 이뤄져야 전자전 고도화가 가능합니다.” 오정석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사진)는 지난 12일 한국의 전자전 생태계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그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전자전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고 강조했다. 전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드론 공격은 과거엔 미사일, 그물 등 물리적 수단으로도 방어할 수 있었다. 요즘은 드론 간 통신을 교란하거나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전파 기술이 현존하는 가장 뛰어나고 효율적인 방어 체계로 평가받는다. 오 교수는 “드론 기능이 고도화하는 만큼 레이더, 위성항법장치(GPS), 통신, 센서 등 전자 신호 장악을 위한 장치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전자전에 필요한 다양한 전파 기술을 연구 중이다. 드론·유도탄의 감시·탐지 능력을 높이면서도 부품을 경량화하는 빔포밍 안테나 기술, 드론을 무력화하는 고출력 전자파(HPM) 기술, 전자파를 효율적으로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판 전파 기술 등이다.
오 교수는 한국의 전자전 기술이 세계적으로 뛰어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노트북 PC 등 전자기기 제조로 단련된 부품 생태계가 핵심 경쟁력이다. 그는 “한국 전차가 외국 전차에 비해 움직이면서 표적을 명중시키는 능력이 뛰어난 점이 이를 입증한다”고 했다.
앞서가는 기술력에 비해 국내에는 관련 실험·인증 설비가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전자전 기술을 실제 환경에 적용하려면 각종 인증·시험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며 “고강도의 전파 시험을 할 때 특정 지역 민간 통신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시험 시설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국가가 나서서 밀리터리(MIL) 인증 체계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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