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정읍시 소성면에 있는 재생원료유 공장 ‘웨이브정읍’. 농가에서 모인 폐비닐 더미와 플라스틱, 비닐 쓰레기가 뭉쳐진 폐기물 블록이 거대한 원통형 장치 안에 투입되자 금속 관을 타고 옅은 노란빛 액체가 실처럼 떨어졌다. 폐플라스틱이 고품질 재생유로 탈바꿈하는 현장이다.
재생원료유 전문기업 도시유전이 18일 첫 상용화 공장인 웨이브정읍 준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재생유 생산에 들어갔다. 폐플라스틱을 연소하지 않고 300도 미만 저온에서 분해해 나프타 수준의 재생유를 생산하는 데 성공한 세계 최초 사례다.
폐플라스틱을 기름으로 바꾸는 열분해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용화된 설비 대부분은 폐플라스틱을 300~600도의 높은 온도에서 태워 분해하는 고온 열분해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다이옥신·퓨란과 같은 유해물질, 냄새, 연기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생산된 기름도 불순물이 많은 중질유 수준으로 발전소 보조연료 수준에 머물렀다.
도시유전이 개발한 기술은 ‘비연소 저온분해’다. RGO(regenerated green oil)라고 부르는 이 공정은 세라믹 촉매와 파동에너지를 활용해 폐플라스틱의 탄소 고리를 잘게 끊어내 나프타 수준의 재생유를 생산한다. 정영훈 도시유전 대표는 “300도 미만 온도에서 찌듯이 기름을 짜내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선별되지 않은 혼합폐기물을 투입해도 비닐, 플라스틱만 선택적으로 분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웨이브정읍에선 연간 6500~7000t의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을 처리해 최대 4550t, 약 540만L의 재생유를 생산할 수 있다. L당 가격이 1500원 이상인 재생유로, 기존 열분해 방식으로 생산하는 L당 500원 수준 중질유의 세 배에 달한다. 도시유전은 폐플라스틱 1t 처리로 약 2.7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연간 1만7550t의 탄소배출권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준공식엔 도시유전에 투자한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기업 페드코를 비롯해 영국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기업 사비엔, 원자재 중개기업 트라피구라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 관계자가 참석했다. 압둘모센 알자밀 페드코 대표는 “실사를 통해 도시유전의 RGO 기술이 현실임을 확인했다”며 “중동 지역 내 도입이 필요한 친환경 기술이라고 판단해 투자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웨이브정읍은 한국이 탄소중립 기술 수입국이 아니라 수출국으로 전환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읍=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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