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영국 BBC가 이날 공개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12일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재는 “한국 AI산업은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매우 강하다”며 “AI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돼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AI산업 거품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 이 총재는 “중앙은행 총재 사이에서도 이 이슈는 뜨거운 화두”라며 “누가 승자가 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AI 붐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특히 AI산업이 활성화하면서 첨단 반도체뿐 아니라 기존 반도체칩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고성능 대형 서버뿐 아니라 앞으로는 소형 기기, 로봇 등 일상 제품에 AI가 결합하는 ‘피지컬 AI’ 분야도 활성화될 것”이라며 “기존의 반도체칩에 대한 막대한 수요가 발생하면서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좀 더 안전한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 총재는 “무역 갈등과 높은 관세는 분명히 영향을 준다”면서도 “한국은 수출을 앞당겨 진행한 덕분에 상반기 데이터는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는 더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한·미 무역협정 체결로 불확실성을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연 최대 200억달러, 총 2000억달러 대미 투자와 관련해선 “미국의 기초과학 분야 강점과 한국이 지닌 제조 및 응용기술의 강점을 결합하는 합작 투자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무역 갈등 전부터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기업인들이 이미 중국 이외 지역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시작했다”며 “무역 긴장 때문이 아니라 특정 산업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매우 확대돼 (수요처 등의) 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18일 제주에서 열린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 참석해 개회사를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후 충격으로 인한 성장 잠재력 악화와 너무 빠른 대응에 따른 산업 경쟁력 및 수출 영향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한은의 네 번째 지역경제 심포지엄으로 서울 부산 광주에 이어 제주에서 열렸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제주의 특성에 맞게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잡았다. 이 총재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새 산업과 일자리, 투자의 동력으로 이어지려면 전후방 산업을 고려한 공급망을 갖추고 전문기업과 인력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경제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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