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에서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2018년 대비 53~61%)를 공개하고, PPCA 가입을 선언했다. 김 장관은 “PPCA 가입은 석탄발전 단계적 폐지를 위한 첫걸음이자 글로벌 탈석탄 흐름에 한국도 적극 기여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PPCA는 석탄발전의 전면 중단을 목표로 2017년 COP23에서 영국과 캐나다 주도로 설립된 국제 연대체다. 60개 중앙정부와 각국 지방정부를 합쳐 171곳이 참여하고 있고, 이번에 한국과 바레인이 새로 가입했다. 가입국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사무국에 기존 발전소 폐쇄 일정을 제출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지 않는 한편 운영 중인 발전소 61기 중 40기는 2040년까지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머지 21기는 내년까지 공론화 및 경제·환경성 검토를 거쳐 구체적인 폐쇄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
산업계에선 한국의 석탄발전 폐쇄 속도가 주요 무역 경쟁국보다 빠르다는 점을 우려한다. 아시아 최초 PPCA 가입국인 싱가포르는 석탄발전 비중이 2023년 기준 0.9%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지난해 기준 28.1%에 달한다. 원자력(31.7%)에 이어 두 번째다. 석탄발전 설비 용량은 세계 7위(2023년 기준 39.1기가와트) 수준이다. 석탄발전을 폐쇄하면 늘어날 전력 수요를 채울 안정적인 대체 전원을 확보해야 한다.
제조업 분야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은 이런 이유로 PPCA 가입을 미루고 있다. 인도 호주 튀르키예 등도 자국 석탄산업을 보호하고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참여하지 않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나 원전 재가동 여건, 산업계의 전력 수요 등을 고려해 속도 조절을 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석탄발전 폐쇄 시점을 앞당기면 전력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제조업체의 원가 상승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제조업 부가가치의 절반 이상이 철강·석유화학·시멘트·정유 등 ‘고탄소산업’에서 나온다. 게다가 정부는 산업계가 도전적 목표로 제시한 48%보다 높은 53%를 탄소감축 목표 최소치로 국제사회에 공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전문가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비용뿐만 아니라 근로자 재교육과 전기 요금 인상을 막기 위한 재정 투입까지 수십, 수백조원이 필요할 수 있다”며 “독일의 제조업 경쟁력 약화도 에너지 정책의 급격한 변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은/김대훈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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