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코스피 지수의 연간 수익률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25년 코스피는 연초 대비 70% 가까이 상승하며 4200포인트를 돌파했으며, 이는 1999년 82.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단기간에 강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2026년에 주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존재하지만, 현재 주가를 끌어올린 핵심 요인이 외부 변수가 아니라 기업 실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랠리는 구조적 변화의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다.
코스피 기업들의 실적은 사상 최고치로 확대되고 있다. 2025년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217.2조 원으로 2021년 206.5조 원의 기존 최고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2026년 예상 당기순이익은 296.5조 원으로 2025년 대비 36.5%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2026년 실적 전망치가 단기간에 대폭 상향 조정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난 10월 초 2026년 코스피 순이익 컨센서스는 237.2조 원 수준에 불과했으나 이후 한 달 만에 59조 원가량 상향됐다.

코스피 연초 대비 약 70% 상승
실적 전망 상향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 확산이 촉발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2025년 9월 기준 챗GPT 가입자는 8억 명을 넘어서며 2월 4억 명 대비 반 년 만에 2배로 증가했다. 가입자 급증은 곧 연산 수요 확대를 의미하며, 이를 충족하기 위해 오픈AI는 오라클, 엔비디아, 코어위브, AMD 등과 초대형 AI 클라우드 및 가속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텍스트 중심의 질의응답을 넘어 소라2와 같은 영상 생성 모델까지 등장하면서 연산 수요는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데이터센터 증설은 메모리 반도체 부족으로 직결됐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수요가 동시에 급증했고, 10월 이후 메모리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DDR5 16GB 스팟 가격은 9월 6달러에서 10월 15달러, 11월 중순에는 24달러까지 치솟았다. 가격 급등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 상향으로 즉각 연결됐으며, 이는 코스피 전체 이익 전망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2026년 실적 전망 상향의 근본 배경은 AI 확산이 만든 구조적 메모리 공급 부족이다.
2026년 주가 흐름을 전망하는 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러한 반도체 공급 부족이 내년에도 이어질지 여부다. 기업들의 AI 전환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공급 부족이 해소될 가능성은 낮다. 미국 테크 기업들은 인력을 감축하고 코딩 업무를 AI로 대체하는 흐름을 강화하고 있으며, 아마존과 액센츄어의 대규모 감원이 이를 보여준다. 게임, 여행, 서비스 등 다양한 업종에서 AI 도입이 확대되면서 연산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앤트로픽이다. 코딩 분야는 AI 전환이 용이해 많은 기업이 클로드나 커서를 도입하고 있고, 이로 인해 애트로픽의 매출 전망도 급격하게 상향되고 있다. 2025년 챗GPT 사용자 급증이 메모리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면, 2026년에는 기업 중심의 앤트로픽 수요 급증이 유사한 공급 부족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OBBB 법안, AI 인프라 투자 더욱 촉진
정책 요인도 메모리 수요 유지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5년 미국에서 통과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은 2026년부터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장비 투자에 대한 비용 공제를 허용하며 AI 인프라 투자를 더욱 촉진할 전망이다. 이러한 정책 환경은 메모리 수요가 단기 현상에 그치지 않고 중기적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을 강화한다.
물론 중국 변수는 경계해야 한다. 2026년부터 중국의 15차 5개년 계획이 본격화되면서 CXMT 등 중국 메모리 업체의 기술 진척이 이슈화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반도체는 가격 민감도가 높은 산업이기 때문에 중국 공급 확대 논의만으로도 단기적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는 남아 있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의 외연 확대에는 상당한 구조적 제약이 존재하며,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공급 충격이 시장을 근본적으로 흔들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종합하면 2025년 코스피 강세의 본질은 AI 수요 증가에 기반한 기업 실적 개선이다. 데이터센터 증설과 연산 수요 증가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을 유발했으며, 이는 국내 반도체 기업 실적 전망과 코스피 전체 이익 전망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특히 2026년 이익 전망이 대규모로 상향됐다는 사실은 이번 수요가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 변화임을 시사한다. 단기 조정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코스피 상승의 기반이 실적이라는 점에서 AI 확산이 이어지는 한 중기적 흐름은 견조하게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나정환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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