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고성장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겁니다. AI 랠리에 거품이 끼었다는 주장 자체가 거품일 가능성이 높은 거죠."백두희 메리츠증권 도곡지점 부장(사진)은 18일 인터뷰에서 "지금은 가격 부담을 걱정하기보다는 탄력이 붙은 상승세에 올라타야 할 시점"이라며 "SK하이닉스는 이미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싸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운용역) 생활을 거친 그는 이후 12년간 강남권에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로 활약해 왔다. 강남은 고액자산가들의 요람과도 같아서 PB들도 에이스 중의 에이스만 모여있기로 유명하다. 백 부장은 '한경 스타워즈' 2020년 상반기 실전투자대회에서 시장 수익률(21.4%)을 크게 웃돈 43.3%의 누적 수익률로 우승했다. 2022년 하반기 역대 한경 스타워즈 1·2등 수상자들만 모인 왕중왕전 대회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백 부장은 최근 재점화한 인공지능(AI) 버블 논란에 "2000년대 닷컴 버블처럼 시스템 리스크(위험)로 확대 해석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최근 팰런티어와 페이팔 창업자인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이 보유한 엔비디아 주식을 전량 매도하는가 하면, 아마존과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잇따라 AI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면서 AI 정점 우려를 키운 바 있다.
그는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회사채 발행이 늘었지만 담보부 익일물 자금조달 금리인 SOFR(미국 무위험지표금리)에 약 2.5%포인트를 더한 수준에서 금리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는 시장이 AI 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위험을 적정하게 가격에 반영하되, 불안해서 과도하게 금리를 올려받지는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금 조달이 이처럼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건 자본시장이 아직 흥분도, 공포도 없이 냉정하게 움직이고 있단 의미"라고 부연했다.
AI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일부 빅테크 기업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확대된 데 대해선 "고평가된 특정 기업들의 개별 신용 위험이 부각된 것일 뿐 산업이나 시장 전체 위험으로 볼 단계는 아니다"라며 "AI 전반의 신용 위험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금리 인하 전망을 두고선 "시점 문제일 뿐 방향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졌지만 내년에도 '세 차례 금리 인하'가 컨센서스(시장 예상)라는 것이다. 그는 "노동시장이 약해지는 순간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내릴 명분이 생긴다"며 "12월 양적긴축(QT) 종료도 유동성 환경 개선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제기된 각종 우려와 변수의 대부분이 AI와 연결된단 점은 시장의 관심축이 이미 AI로 옮겨가고 있단 의미이기도 하다. 백 부장은 모든 산업의 중심축이 이미 AI로 재편되고 있다고 봤다.
그는 "결국 모든 길이 AI로 통한다"며 "지금까지는 학습이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추론 시장이 열리면서 기업들이 실제로 돈을 벌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적이 따라오면 현재의 과대평가 논란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처로는 메모리 반도체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그는 "폭발적인 AI 수요와 서버 증설이 메모리 수요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며 "공급은 보수적이고 수요는 급증하는 구도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좋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확실한 기술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백 부장은 SK하이닉스가 올해 시장의 분기점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투자자들의 올해 하반기 수익률이 SK하이닉스를 보유했는지 여부에 따라 사실상 갈렸다"며 "HBM에서의 기술 격차는 오히려 내년에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로는 65조원 수준을 예상했다. 백 부장은 "이조차도 보수적으로 상정한 것"이라며 "시가총액이 400조원을 훌쩍 웃돈 상황이지만 여전히 비싸지 않다. AI 메모리 분야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진 곳은 하이닉스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이 올랐어도 주도주는 더 사야 할 때"라며 "메모리 사이클이 본격화하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키 맞추기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낸드(NAND)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코스닥 상장사 샘씨엔에스(SAMCNS)가 대표적인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봤다. 낸드에 들어가는 프로브카드와 세라믹 기판(STF)을 공급하는 회사로, 키옥시아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내년 이후에는 '고성능 인쇄회로기판(PCB)' 기업들과 '현대차'를 눈여겨보라고 권했다. 백 부장은 "AI 서버·로봇·우주 산업 수요가 PCB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이고, 현대차의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 AI 플랫폼사로 재평가받을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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