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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중력으로 우주 한복판 고독을 견디다…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입력 2025-11-19 15:07   수정 2025-11-19 15:08

"내 발자국이 달 위에 남겨지지 않아도 괜찮아. 달의 가장 어두운 뒷모습을 내가 기억할 테니."



세상은 그를 까맣게 잊었다.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과 그 뒤를 따른 버즈 올드린에게 모든 관심이 쏠렸다. 그 사이 이들을 지구로 무사히 데려오기 위해 헌신한 남자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트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은 1969년 7월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까지 갔지만 사령선에 혼자 남아 달을 밟지 못한 우주비행사 마이클 콜린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1인극이다. 마이클은 비록 달 표면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못했지만 '달의 뒷면을 처음 본 인류'라는 또 다른 역사를 썼다. 달은 스스로 도는 자전 주기와 지구를 공전하는 주기가 같아 지구에서는 언제나 달의 앞면만 볼 수 있다. 닐과 버즈를 기다리며 달의 궤도를 돈 마이클은 미지의 달 뒷면을 두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이야기는 죽음을 앞둔 마이클이 지난날을 회고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내를 처음 만났던 풋풋한 시절에서부터 동료 우주비행사를 사고로 잃은 아픔까지 그의 지난 기억이 배우 한 명의 열연으로 무대 위에서 되살아난다. 닐, 버즈 등 다른 인물과 대화하는 장면에선 목소리를 순식간에 바꿔가며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뮤지컬 '라흐 헤스트', '빠리빵집' 등을 쓴 김한솔 작가는 이번 작품을 5인극으로 구성했다가 역사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마이클의 깊은 내면에 집중하기 위해 '1인 뮤지컬'이라는 파격적 형식을 선택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답게 새로운 볼거리가 많다. 반원 모양의 무대 한가운데 달 표면을 형상화한 울퉁불퉁한 구조물이 자리잡고 있고 천장에는 별빛 조명이 가득하다. 정글에서 살아남기, 원심력 적응 훈련, 우주선 안에서 음식 섭취하기 등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한 과정도 흥미롭게 풀어냈다. "나에게 지구인 너, 중력으로 나를 잡아줬어. 너로 인해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었어"와 같이 이과생의 고백 같은 로맨틱한 가사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훗날 마이클은 '역사상 가장 외로운 인간'으로 불렸다. 1969년 7월 20일, 닐과 버즈가 달 표면을 걸으며 전 세계인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그는 무사생환의 임무를 안고 홀로 사령선에 남았다. 달의 뒤편에선 지구와 교신이 끊겨 절대적 고독에 내던져진다. 하지만 공연을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마이클은 결코 불행하거나 외로운 사람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지구에 있는 가족이 그의 버팀목이 되어줘서다.

외로운 달의 뒤편에서도, 깜깜한 죽음의 문턱에서도 마이클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올리며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시간을 견딘다. 실제로 그는 자서전에서 우주 한복판에 홀로 있었을 당시 커피를 마시며 고독을 만끽했다고 적었다. 김한솔 작가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클의 용기는 사랑하는 가족이 지구에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을 것이란 믿음에서 나온 것"이라며 "결국 이 작품은 외로움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17년 만에 소극장 무대로 돌아온 유준상, 뮤지컬 배우로 데뷔해 드라마, 영화 등으로 무대를 넓힌 정문성, 올 상반기 '지킬앤하이드'로 1인극을 경험한 고훈정, 2023년 리딩 공연부터 '비하인드 더 문'에 참여한 고상호가 마이클 역을 맡았다.

외롭고 힘들수록 또렷해지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의 감동이 생동감 넘치는 무대로 전해지는 느낌이랄까. 2019년 김한솔 작가가 강소연 작곡가, 김지호 연출과 함께 구상을 시작해 2023년 충무아트센터의 창작 지원 프로그램 '창작 뮤지컬 어워드 NEXT'에서 최종 우승했다. 공연은 내년 2월 8일까지.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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