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9일 11:2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AI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은 만큼 자동화, 최적화, 분석 등 다양한 영역에서 비즈니스 전반을 혁신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생산성 향상과 혁신 속도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작 이를 뒷받침하는 AI 보안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강력한 기술일수록 부실한 설계나 관리 공백은 치명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AI 보안은 기술적 문제를 넘어 비즈니스 신뢰, 규제 준수,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이자 혁신을 가속하는 ‘지능형 안전장치’로 다뤄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AI 개발 환경 변화, 파이프라인 보안, 글로벌 리서치 인사이트, 규제 및 거버넌스, 그리고 장기적 오케스트레이션 전략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시각이다. AI 개발 환경은 이미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전통적인 IT, 개발 조직의 전유물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산업 속성과 비즈니스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현업 부서가 코딩 전문지식 없이도 AI 애플리케이션을 쉽게 개발, 배포, 개선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와 있다. AI 기반 업무 자동화, 고객 분석, 예측 모델링 등이 현장에서 즉시 구현되고 실시간으로 개선·보완되는 만큼, 기존처럼 중앙에서 승인·검증을 거치는 보안 방식은 더 이상 효율적, 효과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속도와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보안 역시 실시간, 자동화, 내재화를 중심으로 재설계되어야 하는 이유다.
AI 개발 프로세스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코딩 중심 개발 프로세스에서 벗어나 데이터 모델링과 데이터 엔지니어링이 새로운 핵심 단계로 부상한 것이다. AI의 품질과 신뢰성은 데이터에서 결정되므로 보안 검토도 모델 학습 이후가 아니라 데이터 설계·엔지니어링 단계부터 내재화되어야 한다. 데이터 무결성 검증, 접근 통제 뿐만 아니라 데이터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변했는지 추적하는 데이터 계보 관리와 같은 조치가 이 단계에서 반드시 적용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AI 파이프라인 전체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 기업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EY의 책임 있는 AI 펄스(Responsible AI Pulse)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60% 이상이 AI 보안 리스크로 10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경험했다. 이에 반해, AI 거버넌스 체계를 갖춘 기업은 이러한 리스크 발생률을 30% 이상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많은 기업이 AI 거버넌스와 컴플라이언스를 강조하지만, 거버넌스를 조직 설치나 문서화 수준에서 멈추고 있다는 점이다. 거버넌스의 목적은 규정 준수의 틀을 만드는 것에 있지 않고, AI 시스템이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달성하도록 설계하는 데 있다. 예컨대 AI 기반 고객 분석 시스템을 도입할 때 분석 정확도 향상과 함께 민감 데이터 보호와 모델 보안 기준이 동시에 반영돼야 한다.
규제 준수도 마찬가지다. 유럽연합 인공지능 법(EU AI Act)이나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의 AI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AI Risk Management Framework) 준수는 기본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이를 토대로 기업 고유의 AI 보안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제는 단순한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리스크 기반 설계와 운영 체계를 만드는 출발점이다.
고위험 AI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업일수록 투명성, 설명 가능성, 데이터 계보 관리를 내재화하는 동시에, 모델 취약점 점검, 데이터 무결성 검증, 접근 통제를 포함한 보안 프로세스를 설계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가 마련돼야 규제 리스크는 자연스럽게 감소하면서 AI 시스템의 신뢰성과 보안성을 확보해 글로벌 인증 및 시장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AI 보안을 기존 보안 솔루션 확장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이미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다. 기존 보안 솔루션은 개별적으로 운영돼 사각지대가 생기기 쉽고, 특히 프롬프트 인젝션, 모델 도용, 데이터 중독 등 AI 특화 공격에도 대응하기 어렵다. 단기적으로는 AI가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미리 정해 놓은 안전 규칙인 AI 가드레일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기업 전반에 AI가 확산되는 환경에서는 이를 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가트너는 ‘AI 보안 플랫폼(AI Security Platform)’을 2026년 전략 기술로 제시했다. 데이터, 모델, API, 에이전트 등 새로운 공격 표면이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AI 보안은 개별 조치가 아닌 자동화·오케스트레이션 기반의 통합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기업들은 초기 가드레일 적용에서 시작해 데이터 계보 관리, 모델 이상 탐지, 규제 준수 기능을 포함하는 플랫폼으로 전환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AI 보안 플랫폼 구축에 필요한 AI 보안 오케스트레이션은 단순 기술 통합을 넘어 리스크 기반 의사결정, 규제 준수 전략, 비즈니스 목표와 보안의 균형을 설계하는 전문성이 요구된다. 복잡한 글로벌 규제 환경과 기술 선택을 기업 내부 역량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외부 전문가와의 협력으로 전략적 로드맵을 마련하는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개별 보안 툴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비즈니스 민첩성과 신뢰를 동시에 확보하는 체계적 설계를 의미한다.
AI는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기술이지만, 그에 따른 AI 보안 리스크는 단순한 IT 영역이 아니라 비즈니스 생존과 직결된다. AI 보안을 선택의 문제로 보는 관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AI 보안은 비용이 아닌 미래 리스크를 줄이고 기업 신뢰를 높이는 투자이며, 거버넌스와 컴플라이언스는 비즈니스 민첩성과 신뢰를 확보하는 전략적 기반이다. 속도, 유연성, 자동화, 오케스트레이션을 갖춘 새로운 보안 체계가 향후 기업의 AI 활용 수준과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전략적 설계와 전문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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