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을 맺는 기업마다 주가를 끌어올려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불리던 오픈AI가 최근 AI버블론이 확산하자 오히려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파이낸셜타임즈(FT)는 18일(현지시간) "오픈AI의 저주에 대해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AI 순환경제의 중심에는 '마이너스의 손(reverse Midus)'이 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AI)칩 기업과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사)가 AI모델 개발사에 투자하면 그 자금으로 다시 AI칩이나 컴퓨팅 자원을 구매하는 '벤더파이낸싱(VF)' 구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우려가 커지자, 그 중심에 있는 오픈AI가 관련 기업들의 주가를 떨어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라클은 지난 9월10일 오픈AI와 5년 간 3000억달러(약 439조원) 규모의 클라우드컴퓨팅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루만에 주가가 33% 폭등했다. 그러나 9월 말을 정점으로 오라클 주가는 약세로 돌아서며 계약이 보도된 지난 9월1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10% 가까이 떨어졌다. 그 사이 증발한 시가총액은 약 3150억달러로 제네럴일렉트릭(GE) 기업 규모에 해당한다.
현재 오라클은 수주잔고의 58%가 오픈AI 몫일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오픈AI 초기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39%)나 아마존(16%)보다도 높은 비중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오라클이 비상장기업인 오픈AI에 대한 여론을 대신 보여주는 지표로도 통한다.
오픈AI와 계약을 체결한 다른 기업들도 증시에서 고전하고 있다. 오픈AI에 10기가와트(GW) 규모의 AI칩을 공급하는 계약을 지난달 13일 체결한 브로드컴 주가는 계약 이후 한달 간 4% 가량 빠졌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오픈AI와 380억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공급 계약을 지난 3일 체결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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