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배우가 같은 대사를 해도 매일 다르게 느껴집니다. 관객 반응과 호흡에 따라 리듬도 달라져요. 그래서 한 번 보고 다시 오는 분들이 많아요. 그 생동감이 연극의 매력입니다."
연극 '스페셜 보잉보잉'에 출연 중인 정가은이 무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유튜브·예능·홈쇼핑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대학로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정가은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답했다.
'보잉보잉'은 프랑스 코미디 원작을 각색해 오랜 기간 사랑받아 온 스테디셀러 연극이다. 한 남자가 서로 존재를 모르는 세 명의 여자와 동시에 연애하며 벌어지는 소동극을 그린 작품으로, 빠른 전개와 타이밍이 핵심이다. 정가은은 작년에 이어 이번 시즌에서도 항공사 승무원 최이수 역을 맡았다.
정가은은 두 번째 출연이지만 이번 시즌이 "체감 변화가 훨씬 크다"고 했다. 상대 배역 구성 변화 때문이다. 특히 이모 피옥희 역할에 방송인 이경실이 합류하면서 작품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모 역할을 나이 어린 배우가 맡을 때도 있었어요. 이번 시즌에는 (이)경실 언니가 함께하면서 현장 공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연습 때도, 대기 때도, 공연 때도 분위기가 늘 활기찹니다. 초등학교 점심시간 같은 느낌이에요."
대학로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정가은은 "코로나19 이전의 활기를 조금씩 되찾고 있다"며 "연극은 다시 보기가 없는 예술인 만큼 관객과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식 제안을 받기도 전에 전 일정부터 미리 보고 있었어요. 연락이 왔을 때도 '출연하겠냐'가 아니라 '언제부터 언제까지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당연히 한다고 답했습니다."
정가은은 '보잉보잉'을 통해 다시 무대에 서게 된 것이 개인적으로 큰 의미였다고 밝혔다. 일감이 뜸해지며 자존감이 흔들리던 시기에 찾아온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일이 거의 없었어요. 필요 없는 사람이 된 건 아닐까 걱정되던 시기에 연극 제안을 받았죠. 무대에서 관객이 제 대사에 바로 반응하는 걸 보면서 '아직 살아 있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사랑받는다는 감각도 오랜만이었고요. 자존감이 많이 회복됐습니다."
정가은은 이번 시즌 역시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입했다고 했다.
"공식 연습이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인데 항상 30분 먼저 와요. 끝나고도 버스 끊길 아슬아슬한 시간까지 남아서 추가 연습했어요. 연출가께서 그런 모습을 보시고 많이 믿어주신 것 같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여한 베테랑이지만, 이번 프레스콜에선 유독 긴장했다고 털어놨다.
"작년부터 했던 공연 중 가장 긴장했어요. 배우들이 종종 무대에서 대사를 통으로 까먹는다고 하는데, 제가 그걸 이번에 실제로 겪었어요. 뽀뽀 장면 두 번 하고 나서 대사가 생각나지 않아 애드리브로 '한 번 더 하자'고 했습니다."
정가은은 무대에서의 스킨십 장면에 대한 솔직한 고충도 전했다.
"키스신은 괜찮았어요. 그런데 남자 엉덩이를 만지는 장면이 민망하더라고요. 연습 때도 손이 잘 안 가고요. 그래서 열심히 노력해서 해냈을 때 지난해 그렇게 장난스럽게 SNS에 올렸는데, 호되게 혼났죠. 제가 장난스럽게 올린 건 맞으니까요."
승무원 캐릭터 특성상 체형 관리에도 신경을 쓴다. 정가은은 "스튜어디스 의상과 섹시한 이미지의 캐릭터라 밥도 마음껏 못 먹지만, 무대에서 정복을 입고 등장하면 관객들이 '우와' 해주는 게 힘이 된다"면서 환한 미소를 보였다.
동갑내기 파트너 박준석에 대해서도 "착한 사람이란 점이 연기에 그대로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극 중 지섭은 바람둥이지만, 준석 씨가 하면 미워할 수가 없다"며 "사람이 너무 순하고 착해서 호흡이 편하다"고 극찬했다.

"택시 운전은 유튜브용 콘텐츠였고 자격증만 있습니다. 방송 못 하게 되더라도 다른 직업을 갖기 위해 공인중개사도 준비했는데 너무 어렵더라고요. 지금은 보류 상태입니다. 생활고 때문에 택시한다는 오해가 많았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제 본업은 배우입니다."
딸은 정가은의 연극 활동을 적극 응원하는 편이다.
"딸이 '사랑해 엄마' 공연을 보러 왔는데 제가 죽는 장면에서 펑펑 울었어요. 제 연기를 응원해주더라고요. 또 누가 저를 알아보는 걸 즐기는 것 같아요.(웃음) 누가 알아보면 달려와서 '같이 사진 찍자'고 해요. '우리 엄마 정가은이에요' 하면서요."
정가은은 특정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시도하고 싶다고 했다. '사랑해 엄마'처럼 인생 전체를 보여주는 역할도 했고, '보잉보잉'처럼 자유로운 캐릭터도 했으니, 앞으로는 조용하고 내면의 상처가 있는 인물이나 고전극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것. 이미 차기작도 준비 중이다.
"'개 같은 아빠'라는 연극이 12월부터 시작합니다. 이 역시 다른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정가은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가장 하고 싶은 건 연극"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가은은 무대에 설 때마다 속으로 "나 아직 살아 있다"라고 한다고. 대학로 한복판에서 그는 여전히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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