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원전에서는 매년 약 700t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한다. 현재까지 영구 처분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원전 부지 내 습식·건식 저장시설에 임시 보관돼 왔지만, 이 임시 체제는 점차 지속 가능성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보관량은 1만9536t에 달했다. 고리 원전의 저장시설 포화율은 이미 93.5%에 이르렀고, 내년에는 95.1%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한빛·월성 원전도 각각 2029년, 2033년에 포화가 예상되는 등 대부분 원전이 7년 이내 저장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관리정책을 장기적·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강문자 전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회장은 “사용후핵연료 정책은 해외 사례를 포함한 정확한 이해와 전문적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주용 한국교통대 교수는 고준위 방폐물 부지 확보 과정에서 지역사회와의 신뢰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패널토론에는 송종순 조선대 교수가 좌장으로 참여했으며, 박병기 순천향대 교수, 김유광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고준위기획실장, 박수정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 등이 국내외 동향과 정책 과제를 논의했다.올해 9월 시행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중간저장시설은 2050년까지, 영구처분시설은 2060년까지 확보하도록 일정표를 제시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제시한 로드맵에 따르면 부지선정에 13년, 중간저장시설 건설에 7년, 영구처분시설 건설에 17년이 각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장시설 포화가 임박한 상황에서도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며 장기계획을 실행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기술 인프라 구축도 추진되고 있다. 강원 태백에서는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 건설이 진행 중이다. 실제 폐기물을 저장하지 않고 처분 시스템의 안전성과 성능을 검증하는 시설로, 향후 처분장 부지 선정과 정책 수립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URL이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술의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 국내 에너지 정책 안정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주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대표는 “고준위 방폐물 문제는 특정 지역의 부담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함께 논의해야 할 과제”라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투명한 소통 구조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재단은 이번 광주 토론회를 시작으로 12월 3일 대전, 12월 18일 부산, 12월 23일 서울 등에서 순회 토론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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