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8일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매각 관련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최종 승소한 것과 관련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론스타 주가 조작 사건을 담당했던 입장에서 범죄 사실 부분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취지다.
한 전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법무부 내부에서도 취소 소송으로 이해 지연 이자만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에 동요가 많았지만, 배임이 된다면 내가 감옥을 가겠다고 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줄곧 소송 제기에 대해 공격했지만, 제대로 된 판단이 나와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날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산업은행 매각 지연 등에 따른 피해를 고려해 론스타에 2억1650만 달러(약 3173억원) 손해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기존 판정을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앞서 2022년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 전 대표는 해당 판정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상황에 대해 "소송 결과가 잘못되면 1000억원 이상의 지연 이자가 붙기 때문에 차라리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게 낫다는 의견이 내부에서도 나왔다"며 "론스타 주가 조작 사건을 수사한 입장에서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취소 소송을 제기하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펀드가 한국의 법질서를 지키지 않고 주가 조작까지 한 상황에서 매각 절차를 두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가 핵심"이라며 "앞서 중재 과정에서 론스타에 대한 주가 조작 사실은 범죄로 인정했다는 부분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당시 중재 재판부가 한국 정부에 손해배상금 지급 판정을 내릴 당시 "주가 조작을 한 세력에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소수 의견이 나왔다는 부분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한 전 대표는 "론스타는 주가 조작 사실을 부정하며 한국의 검찰과 대법원이 한통속이라는 식의 주장을 폈다"며 "주가조작 정황이 드러난 이메일 등 객관적 증거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주장이 먹히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또 "론스타 주가 조작 사건을 직접 맡고 모든 공판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에 확신이 있었다"며 "해당 사건도 기소 여부가 불투명했던 상황에서 공소시효 만료일(2006년 11월 21일)에 기소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유죄를 받아내면서 결국 취소소송에서 쾌거를 이루는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취소 소송을 영국에서 제기한 것도 전략적인 판단이었다는 주장이다. 그는 "서양에서는 증시 교란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처벌하는 전통이 있기 때문에 붙어볼만 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범죄자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이 강한 곳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런 논의 과정에서 영국 재판부를 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송 없이 안전한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만, 명분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끝까지 가는게 맞다고 봤다"며 "오랜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법무부에서 많은 공직자들이 자리를 거쳐가면서 각자 최선을 다해 이뤄낸 결과"라고 덧붙였다.
다만 민주당이 태세 전환을 한 부분은 문제가 있다는 게 한 전 대표 입장이다. 그는 "당시 '한동훈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들었고,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추후 배임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민주당내에서 나왔다"며 "내부 직원들에게 만약 배임죄가 된다면 내가 감옥에 가겠다고까지 말하며 겨우 조직을 안심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도 "(민주당은) 저를 상대로 소송 지면 당신이 이자를 대신 낼 거냐고 압박했다"며 "속보이게 숟가락 얹지말고 (김민석 국무총리가) 대표로 사과하라고"고 썼다.
앞서 김 총리는 전날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오후 3시22분쯤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선고받아 약 4000억원 규모의 정부의 배상 책임은 모두 소급하여 소멸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국가 재정과 국민 세금을 지켜낸 중대한 성과며, 대한민국의 금융감독 주권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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