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국립무용단 단장 출신 안무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거장의 숨결'이 내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한국무용계에 한 획을 그은 조흥동·국수호·배정혜·김현자 등 네 안무가의 역작이 젊은 무용수들의 몸짓으로 다시 살아 숨 쉰다.
19일 서울 중국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거장의 숨결' 기자간담회에서 국수호의 '티벳의 하늘'에 출연하는 국립무용단 최연소 단원 이승연 단원(2002년생)은 "개인적으로는 뜻깊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이같이 감회를 밝혔다.
국립무용단이 준비한 이번 공연은 네 개 작품을 둘씩 묶어 더블빌(두 개 작품을 동시에 공연하는 방식) 형태로 선보인다. 다음 달 17∼18일에는 배정혜의 '솔(Soul), 해바라기'와 국수호의 '티벳의 하늘', 20∼21일에는 김현자의 '매화를 바라보다'와 조흥동의 '바람의 시간'을 공연한다.

배정혜의 '솔, 해바라기'는 국립무용단 창작 레퍼토리 중 처음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작품이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과 그리움을 현대적인 살풀이로 풀어냈다. 한국 전통춤에 재즈 선율을 입힌 파격적 시도 역시 주목받았다. 2006년 국내 초연 이후 2010년 독일, 2011년 네덜란드·벨기에 공연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국수호의 '티벳의 하늘'은 한국 전통춤을 계승하면서도 시대적 아픔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반영한 작품이다. 이날 시연에서 무용수들은 출전을 앞둔 전사들처럼 기합 소리를 내며 앞으로 돌진하고, 남녀 무용수는 한 마리의 새가 된 듯 포개어지며 자유의 몸짓을 펼쳤다.
국수호는 "1998년 초연 당시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로 국립무용단은 외국 안무자와 무용수를 데려올 수 없을 만큼 궁핍한 상황이었다"며 "국가적 위기가 왔을 때 영혼의 양식이 될 수 있는 춤을 찾다가 동양적 윤회적 사상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아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김현자의 '매화를 바라보다'에선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여성 무용수들이 흐드러지는 꽃잎 같은 섬세함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발걸음은 마치 가야금 줄 위에 올라탄 듯 가볍고 사뿐하다. 김현자는 "매화와 달의 풍경을 몸으로 쓴 시와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꼿꼿하면서도 호방한 선비의 기상을 표현한 조흥동의 '바람의 시간'에선 보다 단단한 발디딤과 직선적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한국 전통춤은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발동작이 많은 서양 춤과 달리 발이 바삐 움직이지 않지만, 그 안에서도 표현법이 다르다. '매화를 바라보다'의 발동작과 비교 감상하는 것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바람의 시간'은 이번 공연에서 유일하게 선보이는 신작이다. 한량무를 비롯해 한국 남성춤의 계보를 잇는 조흥동이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에 직접 오른다.
'매화를 바라보다'와 '바람의 시간'의 서로 다른 표현법을 비교 감상하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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