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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 칼럼] 학교보다 출신 부대를 더 따지는 이스라엘의 힘

입력 2025-11-19 17:23   수정 2025-11-20 00:12

USB 메모리, 캡슐 내시경, 인터넷 방화벽(파이어 월), 자율주행의 근간인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모두 이스라엘에서 탄생한 제품·서비스다. 1인당 벤처창업률 세계 1위, 인구 1000만 명인데도 나스닥 상장 기업 수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다. 그래서 이스라엘에 붙는 수식어가 스타트업 네이션, 창업국가다.

이스라엘 청년은 다른 나라 또래들이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을 때 군대부터 간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남성은 3년, 여성은 2년 의무복무한 뒤 대학에 들어가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제대 후에도 20년간 예비군 훈련을 받는다. 군이 개인의 삶을 이처럼 지배하는 사회에서 유연한 사고가 무기인 혁신기업이 번성하고 있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궁금증은 지난주 이스라엘에서 만난 한 예비역 장성을 통해 다소나마 풀렸다. 15년 전 퇴역했다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공습 이후 예비군 지휘관으로 복귀한 그는 1녀2남을 두고 있다. 큰딸은 해군에서 스쿠버다이버로 근무한 뒤 의대에 진학해 현재 의사를 하고 있다. 특공대 출신 사위는 공대를 거쳐 방산기업에서 근무하며 자신의 역량을 군에 환원하고 있다. 둘째 아들은 첩보부대에서, 막내아들은 공군 무인기 조종사로 군이 공학 기술을 익히는 배움터가 됐다. “아이로 군에 들어와 남성과 여성이 돼서 나가는 것이죠.”

철부지에서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곳이 군이란 얘기다. 이스라엘방위군(IDF) 병력 선발 과정부터 교육, 군 문화까지 보면 ‘성숙함’의 정도는 상상 이상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받지 않는다. 과거 경력이 아니라 잠재 역량을 가장 눈여겨본다. IDF에서 최우선 선발권을 가진 최고 엘리트 첩보 부대 8200(팔이백)은 대상자를 어렸을 때부터 추적 관찰해 뽑는다. 입대 대상자에게 최적의 보직을 찾아주기 위해 스트레스 저항력, 행동 패턴 등을 활용하는 심리 분류법도 중요한 수단이다. 현재 쓰이는 방법은 노벨상 수상자인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21세 때인 1955년 이스라엘군 심리장교 시절 개발한 것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 군인 임무를 보면 군이 창업 사관학교 같은 역할을 한다. 첩보 부대 8200 부대원은 군에서 테러리스트들의 온라인 활동을 추적해 그들을 잡아내는 일을 한다. 모의 훈련이 아니라 실전이다. 그 일을 발전시키면 온라인 방화벽과 사기 결제를 막는 사이버 보안 시스템이 된다. 세계 최대 사이버 보안 기업 체크포인트와 결제 보안 회사 프로드사이언시스는 8200부대 출신이 군 제대 후 대학에 가지 않고 창업해 대박을 터트린 회사다. 그래서 이스라엘 기업에는 대학 졸업장보다 출신 군부대를 더 따지는 게 불문율이 됐다.

군에서 단순히 기술만 익힌 게 아니다. 텔아비브에서 만난 벤처 육성 기관의 디렉터 알론 털카스퍼 씨의 말대로 “군에서는 이미 20대 초반에 20명 이상을 거느린 리더십 자산”도 갖는다. 이스라엘군은 상관을 호칭 없이 이름으로 부르고 상사에 대한 비판도 허용된다. 부대원들이 무능한 상관의 경질을 요구해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군에서 이미 스타트업의 주인의식과 수평적 조직문화를 경험하고 나온다.

혁신 국가 이스라엘의 원동력은 군사 혁신이다. 책임의 하향화를 이루기 위해 의도적으로 고위 장교를 줄이고 젊은 장교 중심의 압축된 계급 구조를 만들었다. 디아스포라와 홀로코스트, 건국 후 무수한 전쟁과 테러 속에서 절박한 생존 목표가 온갖 혁신을 불러왔다. 8200부대 초급 장교 출신의 여성 벤처 사업가 인발 아리엘리는 <후츠파>에서 “나는 매일 아침 조국 안위가 우리 부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며 눈을 떴다. 우습겠지만 모든 부대원이 같은 생각이었다”고 썼다. 우리에게 군 복무는 단절의 시간이며 그래서 대부분 기피한다. 고작 유인책이란 게 사병 봉급 200만원 같은 얄팍한 금전책이다. 더 두려운 것은 아리엘리 같은 국가관이 있느냐는 점이다. 우리와 대치하는 세력이 우리를 적으로 분명히 규정하는데도 ‘적으로 볼 수 없다’는 사람들이 버젓이 국무위원으로 있는 나라다. 최강 이스라엘마저 1973년 10월과 2023년 10월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우리에게 그런 일이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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